김그래/쑥/작가1/펀자이씨, 일상이 장르
공감이란 무엇인가. 나와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상황이 마치 내가 처한 상황처럼 느껴질 때, 그가 표현하는 마음에 내 마음이 겹쳐지기라도 한 것처럼 느낄 때 우리는 공감된다,라고 말한다.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보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모습에 공감하기 쉬운 것은 연약한 모습은 누구나 갖고 있는 까닭이다. 꽁꽁 감추어 두어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여기, 삶의 터널을 지나쳐오며 자신이 약해졌던 순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 글이 있다. 네 분 모두의 작품을 알고 있었고, 그중에서 꼬박꼬박 챙겨보는 작가님은 두 분이었다. 어떤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작가에게 호감을 품게 되면, 그의 다른 말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작가들의 산문집이 나오면 멈춰 서서 들춰보게 되는 건 그런 이유다.
김그래 https://www.instagram.com/gimgre/
쑥 https://www.instagram.com/ssuk_essay_toon/
작가일 https://www.instagram.com/offthe_0931/
펀자이씨 https://www.instagram.com/punj_toon/
오롯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일에 대해 쓴 글이나, 그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항상 들어가는 질문이 있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가 바로 그것인데, 어떻게 봐도 너무 대단한 그들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질문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어떤 계기로,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한 방향으로 쭉쭉 달려 나가기로 마음먹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 달려갈 수 있었던 용기를 어디서 얻었는지, 무엇을 믿고 그렇게 나아갈 수 있었는지. 아마도 그 질문을 통해 알고 싶었던 건 그런 게 아닐까.
인스타그램 일상툰 작가로 이름을 알린 분들의 출발지점도,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진솔한 계기도 읽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스스로를 바닥까지 털어 찾아낸 분도 있었고, 어릴 때부터 자신의 기질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분도 있었다. 그러니까 모두가 같은 이유로, 유사한 출발지점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잔잔한 고백들이 어디서 출발해야 좋을지 몰라 불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책들의 가치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남들은 모두 자신의 길을 똑바로, 확고하게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갈수록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헤매고 있는 것 같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이쪽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아무도 그쪽으로 간 적이 없는 것 같아 두려울 때. 누군가와 상의하고 싶고 조언을 얻고 싶은데 아무 데도 물어볼 데가 없을 때,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음에도, 현실에도 도움이 되므로.
혼란스러울 때면 메모장을 켰다. 쏟아져 내리는 마음을 우수수 적었다. 지금 내가 얼마나 불안한지,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지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지금껏 잘못된 길을 선택해 온 건 아닌지. 또 내가 뒤떨어지는 인간이면 어쩌지, 도대체 뭐 해 먹고살지. 한숨 같은 문장들을 적었다. (쑥) -17쪽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은 돈 버는 자아와 작업자로서의 자아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일인 것 같다. 외주 작업 폴더에 비해 듬성듬성한 개인 작업 폴더를 볼 때면 돈 버는 일만큼이나 내 개인 작업을 하는 시간도 몹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양질의 내 이야기가 필요하니까. (김그래) -107쪽
사람들의 관계를 한 발자국 물러나서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가만히 지켜보면 대화 속에서 언어가 흐르고 부딪치고 진화하고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내성적인 기질이 불편할 때가 많았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몰랐다. 개개인이 모든 능력을 가질 수 없기에 사회가 존재하는 것이라면,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과 역할도 당연히 다를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말하는 것 대신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펀자이씨) -156쪽
예술인은 가난하다. 이 말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 말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상업 미술을 하니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인은 가난하다는 선입견 밖으로 훌쩍 뛰어나갈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나를 팔이피플이라 말하겠지만, 인스타툰 작가가 돈을 벌려면 광고밖에는 답이 없으므로, 나는 뛰어나가길 선택했다. (작가일)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