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김지원 외, 에디터의 기록법

by 담화

어떤 사람들의 습관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습관은 사람의 많은 것을 형성한다. 심지어 습관이 운명을 바꾼다 어쩐다 하는 자기 계발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요지는 습관의 힘이 무섭다는 거고 그걸로 여전히 사람들은 할 이야기가 많고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많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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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볼 때 아무 생각 없이 후루룩 넘겨보는 것으로 충분한 책도 있지만 특별히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읽어 나갈 때 훨씬 도움이 되는 책이 있다.

책을 읽을 때 관점까지 동원해야 하나 하고 굉장히 피곤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같은 책도 내가 여기서 무엇을 얻어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을 때, 그리고 그냥 페이지만 넘길 때 남는 것이 다른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에디터라는 직업명은 종종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에디터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이를테면 기자나 편집자만큼 대중적으로 공감하는 업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에디터가 궁금한 사람도, 기록하기의 팁이 필요한 사람도 이 책을 집어들 수 있다. 전자는 그럭저럭 만족하고 책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후자는 상당히 실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찾아본 리뷰에 그런 언급이 있었다. 기록법보다는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고.


에디터로서 오래 일해온 프로들로부터 기록의 노하우를 얻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기가 쉬운 제목이다. 기록법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그런 오해를 사기 십상이니까. 뭐, 아주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이 책은 기록 '법'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에디터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아이디어를 얻고 가공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라고 하는 쪽이 더 맞겠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기록인 것이고. 즉 다시 말해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오는 마감 기간 안에 일정한 수준 이상, 양질의 컨텐츠를 주기적으로 생산해 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에디터들이 컨텐츠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과 요령인 셈인데 달리 말하자면 그들의 생존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도 싶고.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어떤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쯤에서 제목 짓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예술과 경영의 미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씨름해야 하는 일인지를 다시금 곱씹게 되는 것이다. 아닌 말로 제목 짓기의 예술 내지는 제목 잘 짓는 법, 같은 책이 줄줄이 나와줘야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지는데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책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경험상, 제목을 너무 잘 지으면 내용이 제목을 못 따라간다든가 또는 역으로 제목이 안티라든가 하는 말들이 여지없이 나오므로 그 또한 예술과 기술의 문제라고 하겠다.


하지만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볼 필요는 있다.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23쪽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아이데이션을 하면 놀랍게도 뇌는 잊힌 줄 알았던 정보를 불러낸다. 그리고 무의식의 영역에 가라앉은 정보도 장기적으로는 나의 관점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게으른 기록자로서 나는 확신한다. 본 것은 달아나지 않는다. -58쪽
에디터는 관찰하고 발견하는 사람이다. 매일 시시각각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맥락을 발견하고 의미를 골라내 개별적인 정보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뉴스 에디터도 뉴스의 맥락을 짚어내 가지런히 기록하고 전달한다. -84쪽
대충 아무거나 보고, 아무거나 읽고, 그저 재미와 유희만을 좇으며 살 수도 있다. 좋은 콘텐츠를 자기 언어로 정리하지 않아도 이를 비난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듣고, 말하고 쓴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친다. 기록으로 남긴 것들은 하나의 노드가 되어 많은 것이 실시간으로 스쳐 지나가는 지금의 세상에서 다른 무엇들과 연결될 기회를 만든다. 그리고 기록이 쌓일수록 연결의 기회도 다양해진다. -177쪽


다시 말해 뭔가를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고 싶은가 하는 목적의식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단순히 텍스트라는 컨텐츠를 소비하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 어떤 렌즈를 착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점.

도구든 관점이든 시선이든, 무엇이라 불러도 좋지만 마음에 품고 있는 질문의 성격에 따라 어떤 컨텐츠는 유용한 것으로도, 어떤 것은 무용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있으면 좋겠다.


뱀발. 표지에 단축키로 이 기획작에 참여한 에디터들을 상징화한 시도가 굉장히 좋았는데, 그 부분을 두드러지게 살렸으면 정말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아주 조금 아쉽다...... 뭐랄까 꼭 스킬창 같아 보여서, 이 재미난 요소(실제로 각 에디터의 기록법과 아주 관련 깊은 단축키이기도 하고)가 더 눈에 확 들어왔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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