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플러스 알파

차우진, 관점을 파는 일

by 담화

관점을 판다는 건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종종 관점과 취향이 혼동되는 걸 본다. 관점은 명백히 판단과 가치관을 보여 주는 것이고, 취향은 호오와 애호의 방향을 드러내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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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공격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지만, 관점에 이의제기를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럽다. 누군가의 판단이 내가 보기엔 납득가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런 차원에서 자신의 취향을 밝히는 것보다, 관점을 밝히는 쪽이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일 수 있다. 그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인을 마구 비난하는 사람은 발에 종종 차이는 튀어나온 보도블록만큼이나 많다(맞다, 최근 거기에 걸려 또 깁스 신세를 지고 턱이 나가는 바람에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 몹시 유감이 많아서 갖다 쓴 거다).


이런 이야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저자가 쓰신 ‘관점을 판다’라는 말이 얼마나 시의적절한 이야기인지 적극 동의하면서도, 관점을 판다는 행위 자체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초지일관 자신의 가치관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일이 누군지 모를 그 용자의 무릎을 휘청거리게 하는 올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책 내용보다도, 제목에 생각이 많아지는 독서였다.

일목요연하게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 바로 아하, 이 책은 이런 책이구나, 하고 그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게끔 훌륭한 리뷰를 쓰는 사람이 정말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겐 그런 분석적인 독서와 즉각적인 요약으로 근사한 다이제스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아니,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담소정이라는 이름을 지어 놓고 리뷰를 모으기 시작한 건 그냥 아주 작은 하나의 인상만이라도 건져놓으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기억은 날이 갈수록 믿지 못할 놈이 되어가고 있는 데다, 이 짧은 감상평을 적어가기 시작한 이후로 깨달은 것이지만 그 어떤 책에도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반드시 있더라는 감사한 발견 때문에라도 소박한 감상글 쓰기는 앞으로도 쭉 이어갈 예정.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말을 적게 되었더라. 곰곰 생각해 보니, 오전에 또 뭔가 책을 주문하면서 (긴 침묵) 봤던 올해의 기록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 지역 순위가 0.4%였는데… 였는데…

0.1%로 올라섰다.


책 사는 지출이 더 늘어났느냐면, 아니다. 오히려 줄었다. 그런데 남들은 나보다 더 줄인 모양이었다. 먹고사니즘이 참 힘겨운 시절이다. 출판사들은 지금도 살아남기 힘겨운 지경인데, 사람들은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든 지경이니…


그래도 나는 안다. 책 읽는 사람은 멸종하지 않는다.

다만 눈이 미루나무 꼭대기에 달릴 뿐.


찐 헤비독자만 남은 시장은, 알아서 퀄업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 시장이라서. 어디 출판 시장만 그런가, 모든 시장이 다 그렇다.

소비자들의 감각과 취향은 지극히 높아져서 감각을 적당히 만족시키는 수준에서는 생존이 어렵다. 이 책의 저자가 관점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제는 철학이, 그 컨텐츠/소비재의 생산자가 품고 있는 가치관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거나 닫게 하기 때문인 것. 아, 고달픈 세상아...


알고리즘으로 갑자기 눈에 띈 콘텐츠가 재밌어서 계정에 들어간다. 그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게 피드 스크롤이다. 이 계정에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살펴본다. (…)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쭉 훑어 내리면 그만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이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의 깊이(콘텐츠)와 노력(시간)을 파악한다. 요컨대 아카이브는 진정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77쪽
나는 세상일의 대부분은 보편성과 특수성으로 나뉜다고 믿는다. ‘AI가 바꾸는 미래’라는 주제는 보편성의 영역에 있다. “내가 AI를 써봤더니……”같은 이야기는 특수성의 영역에 있다. 가치 있는 얘기는 그 둘의 교집합에 있다. 특수한 경험이나 체험에서만 통찰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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