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써도 진심이 우러나는 글이란

은유, 아무튼 인터뷰

by 담화

책 읽기를 하루이틀이 아니라 제법 오랜 시간 지속하다 보면 좋아하는 작가가 여럿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도 장르별로.


인터뷰집 역시 예외가 아닌데, 믿고 보는 건 물론이고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하는 보증수표 같은 글을 쓰는 분이라면 당연히 은유 작가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조언으로 진정성 있는 글을 쓰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은유 작가의 글을 보면서 글의 진정성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절감했더랬다.


글이라는 것은 어떤 형식을 취하건 추체험을 목적으로 둘 수밖에 없는데 그 또한 글쓴이가 독자를 향해 꼭 전달하고 싶어 하는 강한 메시지 –우린 그걸 흔히 주제라고 하죠- 가 또렷하게 살아 있을 때,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문장들이 조밀하게 잘 엮여 있을 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가상의 이야기를 쓸 때도 그러하거니와 나와 같은 현재를 살아 숨 쉬고 있는 사람과 겨우 몇 시간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은 명백히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그런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인터뷰어다. 불가능을 가능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하고야 마는 귀한 인터뷰어 중에서도 은유 작가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아닐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598569


일단 이 책을 읽어보면 그의 인터뷰가 같은 인물을 인터뷰한 여러 기사 중에서도 독보적인 이유를 단숨에 납득하게 된다. 더불어 세상에 역시 공짜는 없다는 엄정한 진실마저도 함께 체득하게 되겠지. 그러니까 이 책은 곧 누군가를 인터뷰하게 되어 당장 소소한 팁이라도 얻고 싶어 펼친 사람에게는 그 일이 기본을 갖추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손품,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를 따끔하게 가르쳐 줄 것이고, 인터뷰라는 일에 관심이 있어 펼친 사람에게는 이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천천히 알려주는 친절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인터뷰라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 더불어 보람과 책임감, 윤리를 장장 200여 페이지에 걸쳐 하나하나 일러주는 문장들이 귀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청해 듣고자 하는 일의 기본이란 이런 것이다. 인터뷰어가 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나 읽었으면 하는 것이, 결국 살아가는 일이란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는 일에 다름 아니며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이 같은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그의 삶을 잠시 들여다본 것으로 삶에 대한 경험치를 늘려갈 수 있으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라 할 만하다.


인터뷰를 시작한 이후로 주변에 보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도 궁금하고 커 보여서 혼자 ‘민중자서전’이라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만큼 미쳐 있었다. (…) 실제로 나는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올 때면 과격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살살 걸었는데, 몸에 차곡차곡 담아 온 이야기가 헝클어질까 봐 그랬다. -11쪽
고통 그 자체, 사건 그 자체는 글이 될 수 없다. 이에 대해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언급했다.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고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한다”라고. -102쪽
내가 목격한 장면을 공공의 장소로 이동시키는 글쓰기. (…) 목격자가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인터뷰이의 말이 몸에 스미고 깃들어 궁극적으로 내가 변하니까.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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