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독서 에세이와 서평, 책 리뷰의 차이점은 뭘까. 나는 그게 오래도록 궁금했고,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그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서평과 리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책을 읽기도 했고, 그 두 가지를 비슷하게 취급하면서 혼용하는 책도 읽어보았다. 일단 자의적으로는, 개념적 분류를 편히 하기 위해 서평은 정석으로 등단한 평론가나 대중적 권위를 획득한 서평가가 개인적 감상보다, 작품의 위상과 형식, 내용의 문학적(또는 과학적, 사회학적, 뭐가 됐든) 가치를 논하되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 비평하는 글로 생각하고 있다. 리뷰는 그것보다는 조금 말랑한 분류로, 출판 시장을 걱정까지 할 정도로 책에 진심인 독자와, 그 정도는 아니어도 좋은 책에는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중간 독자, 그리고 책에 돈을 쓰기는 아깝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면 볼 의향이 약간 있는 가벼운 독자가 쓰는 감상문에 가까운 글로 생각한다. (약간 딴 얘기지만, 나는 항상 중간 독자와 가벼운 독자가 남기는 리뷰가 정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간혹 서평과 리뷰를 넘나들어서 어느 쪽의 이름을 붙여야 좋을지 고민하게 하는 글이 있는데 나는 주로 여기에 독서 에세이라는 분류 딱지를 붙여버리는 나태함을 발휘하고야 만다.
서평 같은 리뷰를 쓰고 리뷰 같은 서평을 읽다가 글쓴이가 궁금해서 약력을 뒤져보면 대체로 그분들의 정체성이 ‘작가’로 수렴되는 경우를 꽤 많이 본 탓이라고 변명하겠다. 본인의 전문 분야(내지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너무 좋아서 관련 공부를 열심히 했을 경우)에 근접해갈수록 문장이 흥을 못 이겨 춤을 추거나 반짝반짝 자체 발광효과를 내는데, 그런 페이지를 발견할 때마다 무심코 웃고 만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 내가 딱 가르쳐 줄 테니까 거기 앉아봐. 아니, 가지 말고 잠깐만 있어 보라니까. 진짜 재밌다고, 어? 가지 말라니까….
어떤 작가들은 마음의 소리가 문장 밖으로 종종 튀어나오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이 재밌는 걸 나 혼자 보기가 얼마나 아까운지, 이 재미를 밖에도 알려야 하는데, 그런 누가 지워주지도 않은 막중한 책임감을 홀로 느낄 때가 얼마나 많은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6131931
이 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유감 한 마디만 (그리고 나처럼 낚일 독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밝히자면, 제목만 믿고 오오, 재미있는 미스터리를 잔뜩 추천받을 수 있겠군! 하고 신이 나서 집어 들지는 마시라고 하겠다. 미스터리 작품도 소개되어 있긴 하지만, 미스터리 아닌 책이 더 많이 이야기되는 독서 에세이다. 그 점만 감안한다면 자신 있게 말하건대 아주 재미있는 에세이다. 혹시 김희선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소설에서 언뜻 엿보이는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을 조성하는 능력이 자라난 숲을 엿볼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딱히 읽어본 적이 없더라도,
그때도 나는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는데, 주로 전날 밤 읽은 책을 재미나게 요약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를 듣다가 수업 시작 벨이 울리면 아쉬워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50분이 지나 쉬는 시간 벨이 울리자마자, 우르르 몰려와 이어지는 얘길 들려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내가 들려준 책이 흥미를 갖고 실제로 읽기를 시작하는 친구도 꽤 있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같은 책을 읽고 그에 관해 이야기하면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길 같은 게 놓인다. 그런 길은 웬만해선 없어지지 않고 어둡고 울창하지만 동시에 눈 감고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밝고 환하다. -12쪽
저는 이 책이 독자분들에게 하나의 통로가 되길 바랍니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그 새로운 세상 안에는 또 다른 곳을 향한 통로가 있어서, 그리로 들어가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신비로운 통로요.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책의 길을 따라가며 다채로운 세상을 맛본다면, 장담컨대, 정말로 행복할 거예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222쪽
이런 다정한 인사말을 남기는 작가가 어떤 어조로 자신이 사랑해 온 책들을 소개하는지 조금은 궁금해졌으면 좋겠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보고 나는 무려 네 권의 책을 새로 샀고, 언제 읽을지는 가늠도 못 하겠지만 다시 책장 앞에 가로로 쌓아둔 이 책들을 보고 홀로 흐뭇해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