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궁금해하지만

조금 부연하고 싶은 남은 말들

by 담화

구질구질하지만 그래도 굳.이. 덧붙여 보는 뒷이야기


#1. 눈-부시다

2인칭은 도무지 써 볼 기회가 없는 시점이었습니다. 2인칭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화자는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게 즐거웠어요. 어딘가 시니컬하고 사교성도 없는데 심지어 매사 심드렁하기까지 한 10대 아이를 떠올렸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 인물의 성별은 정해두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를 피아노 앞에 앉혀두니 이야기가 금세 떠올랐어요.

내밀한 소망, 혹은 지향점이 있지만 비웃음을 살까 봐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다니는 아이가 자기와 같은 결을 갖고 있지만, 세상에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는 걸 꺼리지 않는 인물로부터 어떤 깊은 인상을 받아서 조금쯤 변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스케치한 글입니다. 2인칭으로 쓰느라 감춰두었지만 사실 이때 이미 이름은 정해 두었었어요.


#2. 애착(-을 갖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는 같은 그림책이 저희 집에도 있습니다. 서라의 것과 다른 점이라면 현란한 캐릭터 테이프가 붙어 있지 않다는 점뿐이죠. 만만찮게 멋지게 닳았고, 넘치게 사랑받았지요.

창작 그림책이지만 고전의 반열에 들 것이 틀림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가슴 찡한 이야기, 멋진 그림이 있는 책입니다. 서라의 이야기는 사실 지어냈다기보다는 과거에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실화를 조금 윤색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서라와 서라의 엄마에게 파이팅 한 번 외쳐드리고 갈게요.


#3. 그리워하다

인형의 시점에서, 작은 친구가 쏟아주었던 사랑이 어느 순간 모두 사라졌고 자신은 이미 지나간 한 시절의 상징물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모티브가 된 그림책은 그 인형 친구에게 근사한 엔딩이 준비되어 있는데 저는 어쩐지 애매모호 애잔하게 끝낸 느낌이 있네요. 하지만 해랑이와 사랑이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예쁜 레몬색 모헤어 원단으로 만들어진, 어린아이가 품에 안았을 때 조금 벅찰 수도 있는 크기의 곰 인형. 이야기를 쓰는 내내 제 머릿속에 있던 사랑이의 모습입니다.


#4. 마음 쓰다

첫 번째 이야기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같은 인물을 다시 쓸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 다시 등장한 이 10대 연주자들의 대화를 쓰면서 아 여기 등장했던 인물이 저기에도 등장하고 아마도 모두가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마주치겠구나-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뜻풀이하고 싶은 단어는 산더미처럼 많고 그때마다 인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아마 점점 낯익은 인물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피아노를 전공하는 윤파랑은, 짐작하시다시피 #3의 윤해랑과 남매입니다. 테디베어 사랑이가 앉아있는 피아노는 아마도 윤파랑이 유학을 떠나기 직전까지 쳤던 피아노일 겁니다.


#5. 덧없다

괴짜스럽지만 어딘가 이렇게 몰두해 있는 아이들은 귀엽습니다. 고백하자면 옛날의 제 모습이기도 하네요. 아주아주 예에저언에 저녁 8시에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슬레이어즈 본다고 알아서 일찌감치 귀가하는 학생이긴 했습니다. 물론 엄마의 등짝 스매싱은 당연히 감내해야 했고요. 한이하에게 그 시절의 제 모습이 조금(많이) 투영돼 있습니다. 아니 지금도 조금(겁나 많이) 그럴지도. 이하가... 언젠가는 하가렌 리뷰를 쓰겠죠. 네. 근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와... 진짜 별 쓸데없는 말이 길었네요. 그런데 쓸데없는 말은 새끼를 잘 칩니다. 말인즉슨, 다음에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럼, 이런 무의미한 잡글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오늘 하루도 무탈하고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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