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에밀이라는 사람

나야 마리 아이트,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by 브리짓다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걸으면서 칼 에밀이라는 이름의 남자에 대해 생각한다.

덴마크 사람이고 스물다섯 살에 죽었다.

그는 덴마크 사람이고 스물다섯 살에 죽었지만,

그의 어머니가 '작은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림원 북유럽상을 수상한 작가이기에 이제 나도 그를 안다.

그는 버섯을 먹고 창문 밖으로, 밤을 향해 뛰어내렸다.

키가 크고 가슴에 부드러운 털이 있다.

어머니가 간직한 머리카락에서는 금속성 향이 난다.

부모와 형제자매와 사촌들이 죽은 후에도

칼 에밀의 이름은 남아 있을 것이다.

칼 에밀은 읽을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언어들로

온 세상 도서관 어느 귀퉁이마다

마른 종이 위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겠지.

그렇게 영영 살아있게 할 테니 너는 이 세계로 돌아오지 말라고, 다시는 죽지 말라고,

슬픔에 젖은 어머니가 울면서 적은 문장들.

지하철에서 이런 책을 읽다가 지상으로 빠져나오면 온 세상이 낯설고 막막하다.


"네가 므시모시네의 맑은 물을 찾아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람들이 돌고 돌아야 하는 쳇바퀴, 이 소란스러운 무대, 이 무목적한 욕망과 탐욕과 무의미와 억압과 폭력의 장소, 바보짓과 어리석음과 무지와 잔인의 끝없는 반복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네가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 텅 빈 공허한 눈으로 다시 시작하며 모든 것을 다시 배우고 결국 다시 죽지 않아도 되기를."

-나야 마리 아이트 저, 안미란 옮김.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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