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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연 the dawn Aug 23. 2020

설레임이 사랑일까 - 5편

익숙한 사랑과 현실을 사이에 둔 결혼앞에서의 망설임

<또다른 설레임...>


화요일인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회사에 출근해 커피를 마시던 희연에게 동료들이 말을 걸어왔다.

"무슨 좋은 일 있어? 얼굴이 확 폈네."

희연은 가까운 곳에 걸려있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여느때보다 하얗고 볼은 상기되어 있었다.

"어, 남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가기로 했어."

희연이 바쁘게 일처리를 하는 동안 성현이 그녀의 얼굴을 몇번 지그시 들여다보았다. 희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자 희연은 까만 우산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희연씨?"

"아! 팀장님."

성현이었다. 회사 로비에서 성현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늘 약속이 있어서요. 지하철역까지 같이 갈까요?"

"아, 네."

둘은 우산을 각자 펴들고 길을 나섰다.

"집이 어디에요?"

"지하철역으로 세정거장 정도 되요."

둘이 별말없이 길을 걸었지만, 오가는 사람들 틈에 둘이 걷기에 좁아 두세번 사람들과 부딪힐까봐 멈칫할 정도였다. 둘은 어색한 분위기로 한줄로 걷다가 성현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 그냥 우산 같이 쓰는게 어떨까요? 제가 접을게요."

희연이 멈칫하는 사이 우산을 접은 성현이 쑥 들어왔다. 그가 희연의 우산 손잡이를 잡고 다가서는 순간 희연은 그의 얼굴이 참 밝고 남자답다는 것을 느꼈다. 남자친구, 연우와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좀더 굵고 남자다웠다.

'뭐야? 왜 가슴이 두근거리지?'

가까이서 보니 그의 얼굴이 더 잘생겨보였다. 희연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아무생각없이 길을 걸었다. 둘의 어깨가 조금씩 젖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가 허름한 골목을 지나던 순간 성현이 말을 걸어왔다.

"희연씨, 날도 춥고 저 약속시간도 좀 남았는데 저기 가서 순대국 먹고 갈래요? 저 혼자 먹는거 엄청 쓸쓸하거든요."

바로 옆에 순대국집이 눈에 들어왔다.

"네? ... 그럴까요?"

희연은 망설였지만, 거절하기 어려웠다. 순대국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가 희연에게 느껴졌다. 스커트를 입어 약간 추웠던 그녀의 몸이 금새 따뜻해졌다.


둘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순대국을 먹었다.

"저희 할머니가 순대국을 가끔 끓여주셨거든요. 서울에 오고나서 자주 먹으며 할머니 생각을 하곤 해요."

성현은 웃음이 많은 편이었다. 순대국을 다 먹고 둘은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졌다.

"그럼, 내일 또 봐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집에 도착한 희연은 씻고, 화장대 앞에 앉아 잠시 성현을 떠올렸다. 밝고 남자답게 웃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희연의 전화기 진동음이 들려왔다. 연우였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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