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를 빠르게 둘러 봤나요 리마?
옛날 청춘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청춘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어른들을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춘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어른인 대변인을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의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겠습니다. 한 명의 어른,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전편에 이어서...]
호텔에 도착해서 아직 방도 배정받지 않았는데 일행들 모두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블랙야크, 페루 관광청. 이 사람들 왜 이래???
호텔 방을 배정하는데 블랙야크와 페루 관광청은 우리들에게 1인 1실을 배정해 주었다. 주최 측을 제외하고 다들 2인 1실을 예상했는데 이외의 결과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나야 워낙 호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2인 1실도 감지덕지라 생각했는데... 신혼여행 때도 못한 1인 1실의 기쁨(?)을 페루에서 누려보다니... 나 따위가 뭐라고...
히말라얀 오리지널(을 꿈꾸며 태어났지만 사옥은 히말라야가 아닌 양재동에 있는) 블랙야크의 기개 그리고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 마음 페루 관광청의 깊은 마음씀을 느낄 수 있었다.(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똥 잘 싸서 좋았다는 이야기다.)
리마에서 첫째 날, 무슨 일이든 첫 번째는 늘 떨리기 마련이다. 출발 전 한국에서 일정표를 받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이 알아서 인도하리라... 페루에서의 첫번째 공식 일정으로 리마 자전거 투어가 준비돼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아침부터 관광도 안 하고 자전거라니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깊게 신경 쓰지 말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결정은 돈 많이 낸 사람 순으로 결정되는 거다. 나야 한국에서도 시간이 없어 못 타는 자전거를 리마에서 타다니 말 그대로 꿀 빠는 상황이었다.(사진 좌:리마 우:서울)
리마의 해안가 동네인 쵸리오스(Chorrillos)라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아보는 코스였다.
황량한 흙산과 언덕 그리고 낡은 동네의 모습이 대변인의 매장이 있는 창신동+북악 스카이웨이 마이너 버전 같은 느낌이 든다. 안 그래도 창신동 가게를 정리하고(대변인은 현재 피자집을 운영한다)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페루에서도 어쩜 이리 비슷한 동네로 올까? 잠시나마 서울에서도 이런 관광 코스를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자전거 운전자들이 차와 사고가 나면서 곧 중단되겠지...
정상에 오르니 리마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돈, 일, 가게, 가족, 미래 등 한국에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단어들을 내려놓고 이렇게 도시를 내려 보고 있으니 그동안 찾지 못한 나의 적성을 찾은 것 같다.
그래... 역시 나는 생각 없이 놀 때가 제일 행복해
이곳에 우뚝 서있는 예수상을 보며 매일매일 셀프 놀. 토를 기원하는 남편이 아내를 위해 잠시 기도를 올린다.
여보, 쇼미 더 머니, 아멘
리마의 강남쯤 되는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지역에 있는 '사랑의 공원'을 둘러보고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사실 호텔 일인실을 배정해 주는 것을 보고 이번 여행이 제법 풍족한 여행이 되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식당에 도착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 인간들 우리 기를 죽이려고 작정하고 준비했군...
서기 200년부터 700년 사이에 융성했다는 리마 문명의 성지(피라미드 유적지)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고급 식당이었다. 이곳을 안내하는 현지 가이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마치 너희들 나라는 이런 것 없지? 하며 우리가 놀라 자빠지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블랙야크 일행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다만 사진을 10분 정도 찍었다
과거와 현재가 융합된 식당은 대한민국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청장 시절 창경궁에서 시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았던가?
이곳이 페루 사람들에게는 과거에 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곳일지 모르나, 2016년 현재, 대변인의 나라는 민주공화국의 간판 아래 신의(神意)로 국정을 운영하는 제정일치(祭政一致) 국가 아니던가?
과거의 성지는 '상견례 추천' 식당 리스트 정도에 올려두기로 하자.
한국에서라면 구절판 요리를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이곳에선 페루식 양념이 더해진 닭가슴살 요리가 나왔다. 한국도 닭을 매우 좋아하는데 심지어 닭이 통치를 페루 사람들도 닭 요리를 매우 좋아하는 모양이다.
좌로부터) 1. Pisco Sour 2.Solterito Arequipeño 3. Ajíde Gallina 4. Arroz con Leche
1. Pisco Sour
포도를 발효시킨 전통주에 계란 흰자, 설탕, 레몬 등을 섞어 만든 칵테일 - 생각보다 도수가 쎄다.
2. Solterito Arequipeño
양배추, 토마토, 치즈 등으로 만든 페루식 전통 샐러드
3. Ajíde Gallina a la Antigua
페루의 전통 음식 - 닭가슴살에 아지 고추와 호두를 이용해 만든 크림소스, 밥, 감자 등을 곁들여 먹는다.
부드러운 소스와 함께 고급스러운 풍미가 느껴지는 요리. 같이 나오는 소스랑 함께 먹으니 삼삼 칼칼하면서 맛이 제법 괜찮다. 맵고 짠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심심할수도...
4. Arroz con Leche
바닐라, 레몬, 계피 등을 우유에 넣어 만든 스페인식 푸딩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디저트(기본적인 Arroz con Leche는 아이스크림 없이 쌀푸딩 만을 지칭한다)
너무 달아서 한국인들은 다 먹지 못할 거라는 쌀 푸딩까지 싹싹 비워내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카콜라가 이기지 못한, 그래서 코카콜라가 아예 회사 지분을 사들였다는 잉카 콜라로 목을 축여본다.
페루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모두 잉카 콜라를 들이켠다. 페루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이 노란색 콜라! 맛이 궁금하신가? 그렇다면 네이X에 '잉카 콜라'를 검색해보자.
식사 후 리마의 명동이라는 라 유니온(La Union) 거리로 향했다.
번화가는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유럽, 아시아, 남미 모두...
나 같은 한량들은 이런 번화가에 사람 구경, 특히 예쁜 여자 구경하러 오는데 라 우니온 거리를 걷는 동안은 딱히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고 계속 눈동자만 굴리다 이내 포기하고 앞만 바라봤다.(이쁜 여자들은 금요일, 토요일 밤 클럽에 서식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앞만 바라보며 페루 대통령궁이 있는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Plaza Mayor)에 왔다.
이런 곳은 연인끼리 오거나 가족끼리 오도록 하자. 우리 같은 단체 관광객은 딱히 할 것도 없고 서로 안절부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역시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단체사진을 찍는다.
역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왠지 오늘은 움직이고 먹는 것 밖에 없는것 같지만 원래 삶이 다 먹고 살자고 있는것 아닌가? 저녁 식사 장소는 최근 세계의 맛집 도시로 떠오르는 리마에서도 꽤나 유명한 곳(Brujas del Cachiche)이라고 한다.
이 집에서 우리는 페루식 모듬회(?) 요리인 세비체(Ceviche)를 먹기로 했다. 페루 여행의 기본 참고서가 되어버린 '꽃보다 청춘-페루 편'에서 유희열, 이적, 윤상이 완전 맛있게 먹던 바로 그 음식.
아마도 페루에 오기 전 일행들이 가장 많이 들어본 요리가 바로 이 세비체일 것이다. 나 또한
Ceviche: 페루(또는 중남미)전통 모듬회(?) 생선이나 해산물을 얇게 저며 라임 또는 레몬즙에 절여 만든 요리다.
혹자는 똠 양 꿍 하고 비슷한 느낌이라고도 하는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나 볼법한 고수도 세비체에 들어가 있다. 보통 남미 요리에서 고수가 들어간 요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페루 음식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을까? 고수는 한국인들에게 맞기 쉽지 않은 재료일텐데...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꽃청준에서는 처음엔 조금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난다고 하는데 아마도 꽃청춘 출연진들은 입금이 됐기 때문에 계속 그 맛이 생각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Suspiro a la limeña: 남미에서 접할 수 있는 dulce de leche 크림(캬라멜과 비슷한 맛)에 화이트 크림을 얹은 페루식 전통 디저트.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정신없이 평범한 리마 투어 하루가 지났다. 어째 기대했던 자유시간도 없고 계속 주최 측에서 이리저리 굴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어차피 리마는 스쳐가는 곳이고 일정의 대부분이 쿠스코로 이동하면 조금은 다른 일정이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다음날 스케줄을 말해주는 블랙야크 두 주임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들...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