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의 생각주머니
3교시 시작종이 울려도 콩이와 친구들은 노느라 정신이 없어요. 교탁 위에 있는 선생님의 종소리를 듣기 전에는 수업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을 알지 못해요.
선생님: 얘들아, 수업 시작할 시간인데…….
아이들은 놀던 것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서 수업 준비를 했어요.
3교시는 수학 시간.
선생님 : 오늘은 수학 교과서를 꺼내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 : 왜요?
선생님 : 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놀 거야.
아이들 : 정말요? 아~싸.
선생님의 말씀에 신난 아이들은 흥분하여 교실은 시끄러웠어요.
선생님 : 떠들면 안 놀 건데, 수학 교과서 꺼낼까?
아이들 : 아뇨, 아뇨, 야~~, 쉿! 쉿!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 기대하며 조용해졌어요.
선생님 : 너희들, 숫자 몇까지 알고 있어?
아이들 : 100이요, 10000이요, 억, 조 …….
아이들은 들어 본 숫자들을 잘난 척하며 신나게 대답했어요.
선생님 : 대단한데? 더 배울 게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수학책 꺼내서 문제 풀까?
아이들 : 아뇨, 아뇨, 우리 아무것도 몰라요. 이야기하면서 논다면서요?
선생님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밀당을 했어요.
선생님 : 이제부터 수의 세계로 들어가 봅시다.
수의 세계에는 방이 있어.
선생님은 칠판에 큰 네모 3개를 그리고, 그 네모 위에 일, 십, 백이라고 썼어요. 그다음에 동그란 빨간 자석을 한 개씩 붙이면서 숫자를 세게 했어요.
선생님 : 일방에 자석을 붙일 때마다 숫자를 세어보자.
아이들 :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선생님은 빨간 자석을 들고 일방에 붙이려 하시면서 말했어요.
선생님 : 어? 이상하다. 일방이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선생님 : 얘들아, 쉿! 일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과 함께 두 번째 손가락을 입에 대고, 일방에 귀를 기울였어요.
선생님 : 어머나! 일방에 난리가 났네. 얘들이 지금 내가 붙이려는 자석에 집중하고 있어.
내가 이 자석을 붙이는 순간 일방에 있는 애들이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네.
일방에 있는 어떤 수는 어디론가 가기 싫다며 자석이 붙지 않기를 바라고 있대.
또 다른 어떤 수는 1개만 더 있으면 변신할 좋은 기회라며 자석이 붙기를 기도하고 있대.
아이들은 선생님이 뭔 소리를 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어요.
선생님 : 이 손에 들고 있는 빨간 자석을 일방에 붙일까 말까?
아이들 :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니까 붙여 봐요.
선생님 : 그래. 붙여보자. 일방에 있는 수가 어떻게 변신하는지 잘 봐. 너희들이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변신 과정을 천천히 슬로비디오로 보여 줄게.
선생님은 손에 들고 있던 빨간 자석을 천천히 붙임과 동시에 아주 재빠르게 일방에 있던 빨간 자석들을 손으로 밀어 일방에서 나가떨어지게 했어요. 그리고 바로 노란 자석 1개를 십 방에 붙였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행동이 갑자기 빨라져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 : 어머나? 빨간 자석들이 왜 일방에 없지?
그리고 조금 전에 없던 노란 자석 1개가 왜 십 방에 붙어 있는 거야?
어떻게 된 일이야?
아이들 : 선생님이 일방에 있는 빨강이들을 내몰았잖아요.
그다음에 선생님이 노란 자석 1개를 십 방에 붙였잖아요.
아이들은 선생님이 그렇게 해놓고 우리에게 왜 묻느냐며 따지듯 큰 소리로 말했어요.
콩이 : 선생님, 빨강 자석들이 노란 자석으로 변신해서 십 방으로 간 것 같은데요?
선생님 : 그래?
아이들 : 콩이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선생님 : 그럼 콩이 말이 맞는지 십 방에 있는 노란 자석에게 물어볼게. 조용히 해봐요.
선생님은 노란 자석에게 다가가서 물었어요. 그리고 뭔가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이 노란 자석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매우 궁금했어요.
아이들: 뭐래요? 어떻게 된 일이래요?
선생님 : 노란 자석이 한 이야기를 얘기해 줄게.
수의 세계에 엄격한 규칙이 있대. 수의 방은 우리가 칠판에 적어 놓은 3가지 방 말고도 아주 많다고 하네. 방 한 칸에 열 개가 모이는 순간, 변신을 해서 자기 앞에 있는 방으로 가야 한대. 그런데 변신할 때는 열 개가 한 개로 변신하는 거래.
콩이 : 아하! 그래서 일방에 빨간 자석들이 열 개가 되는 순간, 노란 자석 한 개로 변신해서 십 방으로 간 거네요.
콩이는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정리하여 말했어요. 콩이 반 친구들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이들을 한 번 더 자석을 붙이는 놀이를 하자고 했어요.
선생님은 이제는 자석 말고 우리 반 친구들이 해보자고 했어요. 열 명 친구는 빨간 머리띠를 쓰게 하고, 콩이는 노란 머리띠를 쓰게 했어요.
그리고 교실 바닥에 네모난 빨간 칸과 노란 칸을 분필로 그렸어요.
선생님은 콩이에게 책상에 숨어 있으라고 말하면서 귓속말로 뭐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빨간 머리띠를 한 친구들을 모아 놓고 작은 소리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줬어요. 나머지 반 친구들에게 아까처럼 수를 세게 했어요.
빨간 머리띠를 한 친구가 빨간 네모 칸 안으로 들어오자, 아이들은 "일"이라고 말했어요.
또 빨간 머리띠를 한 친구가 빨간 네모 칸 안으로 들어오자, 아이들은 "이"라고 말했어요.
삼, 사, 오, 육, 칠, 팔, 구. 빨간 네모 칸에 9명의 친구가 있어요.
그다음 빨간 머리띠를 한 친구가 빨간 칸에 들어올까 말까 하는 흉내를 내다가 빨간 칸에 들어오는 순간, 빨간 머리띠를 한 친구들은 재빠르게 손을 잡고 “변신”을 외치면서 빨간 칸에서 벗어나 복도로 갔어요. 동시에 노란 머리띠를 한 콩이가 노란 칸으로 들어가면서 “변신”이라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이들은 이 놀이가 무척 재미있는지 눈동자가 반짝반짝했어요.
'변신'이라는 낱말에 흥미를 보이는 것을 알아챈 선생님은 변신할 때 모두 다 크게 '변신'을 외치자고 했어요.
수업의 목적은 수의 세계인데 아이들이 ‘변신’이라는 낱말에 꽂힌 것 같아 살짝 걱정스러웠어요. 그러나 선생님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변신의 기회를 주었어요.
변신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일방에 열이 모이면 십 방으로 일이 올라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혀가고 있어요.
선생님 : 자석이 십 방에 한 개가 있고, 일방에는 아무것도 없으면 수가 얼마라는 뜻일까?
‘아무것도 없다’는 수로 어떻게 표현할까?
콩이 : ‘아무것도 없다’는 ‘0’이니까, 10이에요.
선생님 : 와! 훌륭해.
콩이는 선생님으로부터 훌륭하다는 칭찬에 코를 벌름거렸어요. 반 친구들도 콩이처럼 칭찬을 받고 싶었어요.
아이들 : 선생님, 문제 더 내주세요.
선생님은 자석을 일방과 십 방에 붙여가며 질문했어요.
선생님 : 일방에 자석이 3개, 십 방에 자석이 1개 있으면?
아이들 : 13이요.
선생님 : 일방에 자석이 9개, 십 방에 자석이 1개 있으면?
아이들 : 19요.
선생님은 양손의 엄지를 올리면서 “너희들은 천재야.”라며 아이들의 기를 팍팍 살려 주었어요. 그리고 빨간 자석 한 개를 들더니 일방에 붙였어요. 그러자마자 아이들은 "변신"이라 외치며 난리가 났어요.
선생님 : 변신? 왜?
아이들 : 일방에 열 개가 있잖아요. 십 방으로 변신해서 가야 해요.
선생님 : 아이 귀찮아. 그냥 일방에 둘래.
아이들 : 안 돼요. 수의 세계는 엄격한 규칙이 있잖아요. 열 개가 되면 반드시 옆방으로 한 개 변신해야 해요.
선생님 : 그래? 변신시킬 수 있는 사람?
뚱이가 자신 있게 손을 번쩍 들었어요. 뚱이가 칠판 앞으로 나와서 열 개의 자석을 모아 일방 밖으로 내보내자, 아이들이 일제히 “변신”이라고 외쳤어요. 뚱이는 그 소리에 맞춰 노란 자석 한 개를 집어 십 방에 붙였어요.
선생님 : 뚱이와 너희들 모두 똑똑하구나. 훌륭해.
일방에 있던 빨간 자석들이 변신해서 일방에는 아무것도 없고, 십 방에는 두 개의 자석이 붙어 있네. 그러면 이 상태를 어떤 수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들 : 20입니다.
선생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더 큰소리로 대답했어요.
선생님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빨리 이해하니까 더 큰 방까지 가 볼까나?
아이들 : 네, 네, 네.
선생님은 십 방 칸에 노란 자석을 한 개씩 더 붙여 나갔어요.
아이들은 자석이 늘어날 때마다 30, 40, 50, 60, 70, 80, 90까지 말했어요.
선생님은 조금 전처럼 노란 자석 한 개를 들고 십 방에 붙일까 말까 하면서 아이들의 눈치를 살폈어요.
아이들은 노란 자석을 빨리 붙이라며 소리쳤어요.
선생님이 자석을 붙이자마자 아이들은 “변신”이라고 크게 말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자리에 앉아 있던 콩이가 잽싸게 칠판 앞으로 나와 십 방에 있던 노란 자석 열 개를 모아 밖으로 빼냈어요. 동시에 뚱이가 나와서 파란색 자석 1개를 백방에 붙였어요.
콩이와 뚱이는 환상적인 짝이었어요.
선생님 : 변신을 아주 잘했네요. 자석이 백방에 한 개, 십 방에 0개, 일방에 0개가 있네. 어떤 수로 표현하면 좋을까?
아이들 :100이요.
아이들 목소리의 크기로는 100까지의 수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했어요.
선생님 : 오늘은 열 개가 들어가는 순간 변신하는 수의 세계를 배웠지요? 좀 더 학년이 올라가면 다른 규칙을 가진 수의 세계도 있다는 것을 알 거예요. 수학에서는 일 방을 일의 자리 수, 십 방을 십의 자리 수, 백 방을 백의 자리 수라고 불러요. 내일부터는 수준 높게 방이라는 낱말 대신에 자릿수라는 낱말을 씁시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표정이 모두 상기된 채로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어요.
콩이는 친구들과 함께 "변신"을 외치면서 즐겁게 집으로 가고 있어요.
수의 세계에 엄격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규칙에 따라 더 큰 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지요. 이 규칙 말고 다른 규칙이 있는 수의 세계도 알고 싶다는 호기심도 살짝 생각주머니에 넣어 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