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의 일탈

콩이의 생각주머니

by 소연


콩이는 오늘도 학교에서 재미있게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빠와 엄마는 회사에 계시고, 우리 집 일을 도와주시는 이모님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셨어요. 콩이 동생 콩순이는 유치원에 있어요. 그래서 콩이의 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오늘은 학원도 가지 않는 날이에요. 텅 빈 집이지만 괜찮아요. 엄마와 약속한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돼요. 식탁 위에 있는 귤을 먹으며 잠깐 쉬려고 TV를 틀었어요. 채널을 돌리다가 ‘검정 고무신’ 만화가 나왔어요. 비 오는 날 점심시간에 선생님이 보여 주신 적이 있는데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한 편만 보고, 학교 숙제 하고 오늘 학습지도 하고 학원 숙제도 해야지~’

만화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한 편 더 보고 싶었어요.

‘한 편 더 보고 할 일을 해도 괜찮아~. 시간도 많은데~. 아이 신난다.’

콩이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맛있는 귤을 먹으며 재미있는 만화를 보며 모처럼 자유를 즐겼어요.

‘아~~ 재미있다. 좋~다.'

콩이는 만화를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엄마가 콩순이와 함께 들어오셨어요. 엄마에게 ‘딱‘ 걸렸어요. 콩이는 당황했어요. 엄마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예요.

“콩이,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너 혼자 집에 있는 날마다 매번 이러고 있었던 거야? 나 정말 속상해서~”

엄마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시며 콩이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냈어요.

“오늘 할 일은 다 하고 나서, 이러고 있는 거겠지?"

콩이는 속상하고 겁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

콩이의 생각에도 오늘의 일은 ‘너무했다’ 싶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시간이 2시쯤이었는데, 지금 시간은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요. 사실 콩이는 검정 고무신 시리즈 여러 편을 보고 있었거든요.

“오늘 한 거 다 가져와봐.”

엄마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어요. 콩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렸어요. 엄마는 왜 울고만 있냐며 대답하라고 다그치셨어요.

“아뇨, 못했어요.”

콩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때 콩순이가 말했어요.

“엄마, 할 일은 다 하고 노는 거지~. 나는 할 일을 다하고 노는데~.”

콩이는 가뜩이나 엄마에게 야단맞아서 속상한데 콩순이가 옆에서 얄미운 말을 하니 화가 나서 콩순이를 째려보았어요. 지금 가장 만만한 건 콩순이예요.

콩순이는 오빠가 째려보는 이유를 눈치 못 채고 한 마디 더 했어요.

“엄마, 째려보는 건 나쁜 거지~. 유치원 선생님이 친구를 째려보면 자기 얼굴도 못생겨진다고 했는데, 지금 오빠가 나 째려봐.”

콩이는 화가 났어요. 콩이의 주먹은 콩순이를 향했고, 콩순이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지금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에요.


엄마는 이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어요.

“콩이야, 엄마부터 사과할게. 엄마가 출장 갔다가 일이 조금 일찍 끝나서 콩순이 유치원을 들러 기분 좋게 집에 왔는데, 콩이가 TV 앞에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난다고 소리부터 질러서 미안해.”


“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학교에서 돌아와 딱 한 편만 보려고 했는데, 만화에 빠져서 할 일을 하지 못했어요. 다음에는 만화에 빠져서,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할게요. “


“그래. 만화가 너무 재미있으면 그럴 수도 있지. 콩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실 학교에 다녀와서 텅 빈 집에서 의젓하게 있어주는 것만도 칭찬할 일이긴 하지. 하지만 오늘과 같은 일이 습관이 될까 봐 엄마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어.”


“아니에요. 엄마가 예전에 말해 준 것처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 크는 거라고 했잖아요. 잘할게요. 엄마 실망시켜서 나도 미안해요.”

콩이는 아까 서럽고 속상했던 마음을 뒤로하고 엄마의 품에 안겼어요.


“나와 콩이는 화해했고, 콩순이는 오빠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뭐? ”


콩순이는 자기가 오빠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말을 덧붙였어요.

“오빠, 이제부터 나 안 때리면 돼.”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콩이와 엄마는 웃음을 터뜨렸어요. 콩순이는 당연히 오빠와 엄마가 자기가 말을 이쁘게 잘해서 웃는 줄 알고 미소를 지었어요.


“콩이야, 아까 네가 엄마한테 혼날 때 콩순이가 한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어?”


“혼내는 엄마보다 콩순이가 얄미워서 화가 났어요.”


“콩순아, 오빠 말 잘 들었지? 오빠가 엄마에게 야단맞고 있을 때, 옆에서 그런 말은 오빠를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이 되는 거야. 입장 바꿔서 콩순이가 엄마에게 혼나고 있을 때, 오빠가 콩순이는 당연히 혼나야 된다며 거들면 기분이 어떨까?”


콩순이는 오빠와 엄마의 말을 듣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머쓱하게 말을 했어요.

“오빠, 아까는 미안했어. 내가 잘 몰라서 그랬어.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콩순아, 나도 너를 째려보고 때리기까지 해서 정말 미안해. 다음에는 안 그럴게.”

콩순이의 사과가 끝나자마자 콩순이에게 사과했어요.


콩이는 거실에 내 던져져 있던 가방을 들고 만화에 빠져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러 자기 방으로 들어갔어요. 엄마는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가셨어요. 콩순이는 자기 방에 있던 장난감을 들고 거실로 나왔어요.

콩이의 집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요.


콩이는 저녁 내내 낮에 미루었던 할 일을 하느라 하루를 늦게 마무리해요.

만화영화에 푹 빠져서 할 일을 미루다 보면,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달리 많은 시간 동안 빠져나오기 힘든 것을 알았어요. 재미를 느끼며 자유를 즐긴 시간만큼 할 일을 하느라 힘들었던 시간들을 생각했어요. 옆에서 눈치 없이 참견하는 콩순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왔어요. 그때는 콩순이가 너무 얄미웠는데, 지금은 조금 귀여운 생각도 들었어요. 화를 못 참고 콩순이를 때린 것이 부끄러웠어요. 콩순이를 때린 나를 지적하기 전에 콩순이로부터 사과를 받게 해 준 엄마가 고마웠어요. 그리고 어른인 엄마가 먼저 “미안해”라고 말해 줘서 고마웠어요. 오늘의 일을 생각주머니에 담으며 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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