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by 소연

콩이는 오늘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뚱이를 만났어요. 뚱이와 함께 학교 가는 길은 늘 즐거워요.


“뚱이야, 너 받아쓰기 공부 많이 했니?”

“응. 콩이 너는 공부 많이 했어?”

“응. 나도 많이 했어. 나 오늘 100점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어제 진짜 연습 많이 했거든."

“뚱이야, 너는 받아쓰기 100점 받아봤어?”

“아니, 100점 받기 너무 어려워. 맨날 조금씩 아슬아슬하게 틀렸어. 우리 엄마가 나보고 이상하데.”

“우리 엄마도 그렇게 말했는데~. 집에서 연습할 때는 100점을 받는데, 왜 학교에서는 틀려 오냐고 하셔.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맞아, 나도 그게 이상해. 오늘 우리 꼭 100점 받자."

“그래. 좋아. 아자아자~”


콩이와 뚱이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비장한 각오를 했어요. 어제 공부하고 연습시험 본 만큼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어요.


받아쓰기 시험이 있는 날은 첫째 시간에 수업 과목과 상관없이 시험을 봐요. 공부해 온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이 요청을 했었어요. 선생님도 그 의견이 좋다고 하셨어요. 첫 교시에 시험을 봐야 집에 가기 전에 채점한 것을 나누어 주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콩이네 반은 받아쓰기 시험을 보기 전에, 받아쓰기 공부하는 프린트를 한 번씩 큰 소리로 다 함께 읽으며 글을 익혀요. 받아쓰기 프린트에는 읽기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들이 적혀 있어요. 콩이와 친구들은 100점을 기대하며 큰 소리로 문장을 읽었어요. 그다음엔 가림판(A4종이파일)을 펼쳐서 친구의 것을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요. 드디어 선생님이 문장을 읽어 주셨어요.


“1번, 달님이 방긋 웃고 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의 글씨 쓰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3번 불러 주셨어요. 콩이는 ‘음~, 시작이 좋아. 틀리지 않고 잘 쓴 것 같애’라고 생각했어요.


“2번, 달맞이꽃은 달님에게 미소를 지었어요.”


조용한 가운데 ‘쓱쓱쓱’ ‘똑똑똑똑’ ‘탁탁탁탁’ 아이들의 글씨 쓰는 소리와 함께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야~, 지우개 좀~.” “선생님, 아직 못 썼어요.” “선생님, 잠깐만요~” 가끔 이런 말소리도 들렸어요.

선생님은 10번까지 다 불렀어요. 아이들은 10번까지 다 썼어요. 지금 콩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오늘은 예감이 좋았어요. 받아쓰기 공책을 내기 전에 선생님이 "1번" 하면 아이들은 자기 받아쓰기 공책을 보며 1번에 적은 문장을 큰 소리로 읽으며 틀린 곳이 없는지 확인을 해요. 1번부터 10번까지 다 확인한 다음에는 맨 뒤에 앉아 있는 친구가 받아쓰기 공책을 걷어서 선생님 책상에 올려놓는 거예요. 그 후에 아이들은 가림판을 정리하고 1교시 수업준비를 했어요.


콩이는 그 어떤 날 보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받아쓰기 결과를 빨리 받고 싶었어요. 콩이는 1교시 쉬는 시간에 뚱이에게 받아쓰기 100점 받을 것 같냐고 물었어요. 뚱이는 잘 쓴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어요. 콩이는 멀리서 선생님을 바라봤어요. 선생님은 빨간 색연필을 들고 동그라미를 치고 계셨어요. ‘선생님 손은 어쩌면 저렇게 빠를까?’ 글자를 보시지도 않고 동그라미를 하시는 것 같았어요.


3교시가 시작하기 조금 전에 받아쓰기 공책은 아이들 손에 배달되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에서 "아싸~ 100점이다." 소리가 들렸어요. 콩이는 마음이 급해졌어요. '나도 얼른 공책을 받고 아싸~를 외치고 싶은데~.' 뒤에 앉아 있던 뚱이 입에서도 "아싸~." 소리가 나왔어요. 콩이의 마음은 더 급해졌어요. 드디어 콩이에게 공책이 배달되었어요. 콩이는 얼른 오늘 받아쓰기 한 부분을 펼쳤어요. 뚱이도 당연히 콩이가 100점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고 콩이의 펼쳐진 공책을 봤어요.


따다단~ 따다 다 단~


콩이는 물론 뚱이도 놀라서 당황했어요. 콩이의 점수는 70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점수예요. 오늘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뚱이는 당황하는 콩이의 얼굴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어요. 늘 그랬던 것처럼 100점 받은 아이들이 많았어요. 늘 그랬던 것처럼 100점 받은 아이들은 선생님 앞에 가서 칭찬을 받으며 자랑스럽게 스티커 1개씩 받아왔어요.


콩이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선생님이 채점하시면서 고쳐주신 곳을 봤어요.

'나는 '꽃'이라는 글자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데, 왜 공책에는 '꽂'이라고 적혀 있지?'

'나는 ‘곧 갈게요.’를 왜 ‘곳 갈게요.’라고 쓴 거야?'

'나는 ‘예쁘구나!’라고 쓴 것 같은데, ‘예뿌구나!’라고 썼네.'

참으로 어이가 없었어요. ‘그렇게 덤벙거리는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받아쓰기에서는 왜 이러는 거야?’라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속상했어요. 스스로 '바보인가 봐!'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처지였던 뚱이는 오늘 100점을 받았는데~. 티는 내지 않았지만 콩이는 뚱이가 많이 부러웠어요.


콩이가 좋아하는 운동장 수업인 4교시가 되었어요. 피구를 했어요. 팀은 출석번호 기준으로 홀수팀과 짝수팀으로 나누었어요. 콩이는 홀수팀이에요.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별로 재미없었어요. 친구들이 공에 맞아 하나 둘 빠지고 난 후에는 공에 맞지 않고 살아남으려 피해 다니다 보니 땀도 나고 신이 났어요. 콩이가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녀서 간신히 홀수팀이 승리를 했어요. 아까는 누구와도 말할 기분이 안 났었는데,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가면서 선생님께 말을 걸었어요.


“선생님, 저는 바보인가 봐요?”

“왜~?”

“어제 받아쓰기 공부 열심히 했고, 연습도 많이 해서 자신이 있었거든요?”

“3개 틀려서? 좀 아쉽게 틀렸더라. 선생님이 고쳐 써 주면서 아깝다고 생각했었어.”

“분명히 아는 글자예요. 그런데,~”

“사람마다 빨리 깨우쳐지는 부분이 다른 것 같아. 오늘 콩이에게 아이들이 어쩌면 공을 잘 피하고 공을 잘 잡느냐며 부러워하는 얘기 못 들었어?”

“들었어요.”

“콩이가 공부를 하지 않고 받아쓰기 연습도 하지 않았다면, 선생님이 콩이에게 뭐라고 했을 거야. 그런데 콩이는 공부하고 연습도 했잖아. 글자들이 콩이에게 조금 천천히 가고 싶은가 봐. 받아쓰기 시험 볼 때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고, 동화책을 많이 읽다 보면 콩이도 모르게 100점이 콩이에게 갈 거야. 실망하지 마!"

라며 콩이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격려해 주셨어요.


“콩이야, 선생님이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줄까? 선생님 오빠는 초등학교 다닐 때 3학년인데도 나보다 한글을 많이 틀렸었어. 그래서 동생인 내가 우리 오빠를 놀리기도 했었거든. 그런데 나중엔 공부도 나보다 훨씬 잘하고 지금도 멀쩡하게 잘 살고 계셔. 웃기지?”

콩이의 기분은 많이 좋아졌어요.


콩이는 뚱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뚱이에게 축하의 말을 했어요.

“뚱이야, 너 오늘 무지 기분 좋지? 축하해."

“고마워. 콩이 너도 다음에는 잘할 거야.”

콩이는 오늘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선생님의 오빠 이야기가 생각나서 미소 지으며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빨리 익혀지는 것이 달라. 글자를 잘 익혔다고 생각하는데도 실수를 하는 것은 아직 잘 익혀지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나는 수학과 피구가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익혀져서 잘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글자는 나에게 좀 천천히 오고 싶은가 봐.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실망하지 말아야지~. 받아쓰기 공부하고 연습하다 보면 나도 100점을 받는 날이 올 거야.'라는 것을 생각주머니에 넣었어요. 그리고 내가 100점을 받지 못해서 실망하는 엄마에게도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씩씩하게 집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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