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by 소연


어젯밤에 콩이네 집은 전쟁이 일어났어요. 아빠와 엄마가 다투셨어요. 콩이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이 깼어요. 아빠와 엄마가 이렇게 심하게 다투는 것은 처음이라 가슴이 콩닥거리고 무서웠어요. 겁이 나서 나가보지 못하고 숨만 조용히 쉬며 이불을 뒤집어썼어요. 그래도 소리가 들렸어요. 엄마의 목소리가 더 컸어요. 뭔가 아빠가 잘못한 것 같았어요. ‘이혼’이라는 무서운 낱말도 들렸어요. 콩이는 이불속에서 훌쩍거리며 울었어요. 콩이는 울다가 깜박 잠이 들었어요.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깨우지 않았음에도 콩이는 조용히 일어나 세수하고 학교에 갈 준비를 했어요. 엄마는 콩이와 콩순이가 먹을 아침을 식탁 위에 차리고 계셨어요. 내가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아빠는 회사에 갈 준비를 하시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어요. 우리 집에서 다른 날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콩순이 밖에 없어요. 콩순이는 어젯밤의 일을 모르나 봐요. 콩순이는 다른 날처럼 종알종알 재잘재잘 떠들고 다녔어요. 엄마와 아빠의 반응이 없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이에요. 콩이는 축 쳐진 분위기 속에서 아침을 대충 먹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섰어요.


학교 가는 길에 뚱이를 만났어요. 뚱이는 밝게 웃으며 콩이에게 다가왔어요.

“안녕? 너 기분이 안 좋니? 표정이 좀~”

“응. 나 기분이 매우 안 좋아.”

“왜?”

“어제 우리 부모님이 다투셨어.”

“그래? 우리 부모님도 다투실 때 있는데, 나도 그때는 기분이 안 좋더라.”

“우리 부모님은 어쩌면 이혼하실지도 몰라. 걱정이야.”

“싸운다고 이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던데. 우리 부모님도 여러 번 싸웠는데, 이혼 안 하시던데~.”

“아니야, 우리 엄마가 ‘이혼’ 어쩌고 저쩌고 하셨어. 이렇게 큰 목소리로 다투신 적이 없는데~. 우리 엄마 아빠 이혼하시면 ‘나는 누구랑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다 잠이 든 것 같아. 너는 너네 부모님 이혼하시면 누구랑 살 거야?”

“글쎄. 잘 모르겠어. 콩이 너는?”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도 콩순이는 엄마랑 살걸.”

콩이와 뚱이는 심각한 이야기를 하며 학교에 갔어요.


어제 잠을 설치기도 했고 집안일이 걱정되는 콩이의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어요. 수업도 재미없게 느껴졌어요. 집중이 되지 않았어요. “오늘 콩이 기분이 좋지 않나 보네. 어디 아픈가?”라고 선생님이 콩이에게 말을 하자마자 뚱이가 “어젯밤에 콩이 부모님이 심하게 싸우셨데요.”라고 말했어요. 콩이는 뚱이를 쳐다보며 원망의 눈빛을 보냈어요. 뚱이는 ‘아차! 내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 선생님은 “너희들 부모님이 다투는 것 본 사람 있니?”라는 질문을 했어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의 반응은 장난이 아니었어요.

“네. 네.”

“우리 부모님은 매일 싸워요.”

"우리 엄마가 매일 이겨요."

“우리 아빠가 술 먹고 오는 날마다 싸워요. 우리 엄마가 지겹데요.”

“저는 두 분이 때리는 것도 봤어요.” 등

선생님은 말을 시작하기 위해 꺼낸 질문에 대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반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약간 당황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아! 자~ 이제 그만. 자기 집안의 일을 여기서 다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부모님이 다투실 때 너희들 혹시 이혼하면 나는 누구랑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해 본 적 있니?”

“네. 있어요.”

“저는 엄마랑 살 거예요.”

“저는 맨날 야단치는 엄마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다하게 해주는 아빠랑 살 거예요.” 등

이 질문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선생님도 어릴 적에 그런 생각해 봤어. 결론은 부모님이 다툰다고 다 이혼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혼한다고 말씀은 하셔도 다 이혼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부모님이 다툴 때 너희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과 동시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하셨어요.


“때는 내가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시험 전날이었어. 그 시절에는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연합고사’라는 시험을 봤었어. 그 시험 성적은 고등학교에 가서 반을 배정할 때 참고로 쓰이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야. 그 시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야간 고등학교 가거나 고등학교를 못 가기도 했어. 시험 전날은 마지막으로 배운 것을 정리하고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조절하라고 거의 수업을 하지 않고 일찍 끝내 주었어. 떨리는 마음으로 수험표를 받아 집으로 왔지. 엄마는 시험날 먹을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마련하셨지. 그날 저녁을 다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 좀 떨리는 마음에 잠이 쉽게 오지 않았어. 식구들이 다 와 있어야 할 시간에 선생님의 아버지는 아직 오시지 않았어. 늦은 밤 시간에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띵동 벨소리가 울렸어.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시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의 아버지는 술이 잔뜩 취하셔서 들어오셨어. 선생님은 잠이 들지 않았었지만, 딸이 내일 시험인데 내일 시험 잘 보라고 격려를 해 주시지 못할지언정 늦게 술에 취해 오신 아버지가 미워서 잠자는 척하고 그냥 이불속에 있었어. 아버지는 내일이 어떤 날인지 잊으셨었나 봐. 엄마한테 큰 소리로 술주정을 하셨어. 엄마는 조용히 하라고 아이들 깬다고 아버지에게 뭐라고 하셨어. 술이 취한 아버지의 술주정은 더 계속되었고 참다못한 엄마의 화난 음성도 들렸어. 그때 나는 정말 화가 났어. ‘내일 중요한 시험인데, 두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그러다 잠이 들었나 봐. 다행히 알람 소리에 깨어 시험 보러 갈 준비를 했어. 엄마는 도시락을 싸 놓으셨어. 엄마도 많이 피곤해 보였어.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시고. 엄마가 차려놓은 아침을 안 먹고, 나를 달래 주시는 말에도 대꾸도 하지 않고 퉁퉁 거리며 도시락을 들고 버스를 타러 갔지. 뒤에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시며 따라오고 계셨어. 당연히 뒤돌아 보지 않았어. ‘딸이 중요한 시험을 보러 가는데 도대체 부모님이 협조를 하지 않고 뭐야?’라는 생각으로 꽉 차있었거든. 사실 엄마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말이야.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손에 엿을 주머니에 넣어 주며 “중요한 시험 전날 엄마 아버지가 다퉈서 미안하구나. 속상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걱정이다. 엿을 먹어야 시험을 잘 본다니 엿이라도 버스 안에서 먹으면서 가. 알았지? 미안해. 시험 잘 봐.”라고 말씀하셨어. 엄마를 돌아보지도 않고 버스에 탔어. ‘오늘 시험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시험을 못 보면 내 인생이 망가지는 거네’라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주머니에 넣어둔 엿을 조용히 꺼내어 입에 넣고 마음을 가다듬었었어.

‘속상하다고 성질내 봐야 무슨 소용이야. 나만 손해지.’ 달콤한 엿은 선생님 배의 허기와 마음을 달래 주었어. 무사히 시험을 잘 치르고 집으로 왔어. 아버지와 엄마는 내 눈치를 보느라 시험에 대해 묻지도 못하셨어.”


“시험 결과는 어땠어요?”

“다행히도 아주 좋았어.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내 모습이 너무 웃겨. 화가 나서 엄마가 호주머니에 넣어준 엿을 엄마가 보는 앞에서 집어던지고 싶었지만, 엿이라도 먹어야 기운이 날 것 같아서 엿을 슬그머니 꺼내서 먹는 그때 모습이 너무 웃기지 않니?”

“진짜 웃겨요.”

“그리고 엄마에게 조금 미안해. 그 엿을 들고 딸내미 뒤를 따라와 엿을 호주머니에 넣어주는 엄마의 마음은 어쩌면 나보다 더 속상하셨을 텐데. 엄마에게 조금 친절하게 대해 줄 걸 하는 후회가 나중에 들더라. 친구들과 생각이 맞지 않거나 화가 날 때, 다투지? 어른들도 부모님들도 다툴 수 있지. 다투지 않으면 좋겠지만 다툰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야. 생각이 맞지 않을 때 다툴 수도 있어. 중요한 것은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부모님들이 의견과 생각이 안 맞아 다투시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부모님 두 분이 알아서 잘 해결할 거야. 부모님들을 믿고 너희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면 돼. 물론 속상하고 걱정이 되겠지. 그렇지만 너희들이 해결할 수 없는 거니까 부모님을 믿어. 선생님이 엿을 슬며시 꺼내 먹으며 몸과 마음을 다스렸던 것처럼 너희들의 마음은 스스로 챙겨야지. 아직 어리지만 스스로. 혹시 부모님들의 생각이 서로 달라서 이혼을 하시더라도 힘들지만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 적응을 잘해야 해.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고 매일 우울해하고 걱정하고 기분 나빠하고 자기를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망치게 되는 거야. 그건 좋은 일이 아니잖아.”


콩이의 기분은 많이 좋아졌어요. 아이들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 이해를 한다는 듯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콩이는 어제의 부모님이 다툰 일이 아침보다는 신경이 많이 쓰이지 않았어요. 엄마 아빠를 믿고 부모님이 화해하실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부모님이 다투실 때 공연히 옆에서 참견하지 않고 내가 할 일을 해야겠다는 것을 생각주머니에 넣었어요. 부모님이 이혼을 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나는 누구랑 살아야 하나?’ 같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아야겠다는 것도 넣었어요.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아지면 어제 속상해서 눈물이 나왔었다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콩이는 호주머니에서 슬며시 엿을 꺼내어 먹는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밝은 얼굴로 맞이해 줄 아빠 엄마의 모습을 기대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집으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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