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이미지(옷-자작품, 모델-AI)
누군가 그랬다.
패션의 완성은 몸매라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이미 들어 알고 있었고 동감도 했었지만, 다시 한번 절감한다.
요즘 내게 다시 돌아오는 옷들이 소소하게 있다. 딸에게 만들어 주었던 옷들이 돌아온다. 한 번도 본인이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은 없다. 다만 내가 만든 옷을 딸에게 입혀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 만들고 싶어진다. 좀 더 딸의 취향에 맞게,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좀 더 어울리는 패턴과 색으로, 좀 더 잘 만들어 주었다면, 당연히 그 옷들을 애용했으리라.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 번쯤 입어주고 간직해 준 그 마음이 고맙다. 그냥 휙 버리지 않고 내손을 거쳐 버리게 하는 딸의 배려가 감사하다. 나의 새로 만든 옷을 보고 아는 척해주는 한마디가 좋다. 그리고 조금 더 기쁜 것은 아직까지도 내게 돌아오지 않는 옷들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옷들을 만들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에 돌아온 2개의 원피스. 하늘색 원피스는 만들 당시 유행한다는 소매의 진동에 주름을 넣어 어깨가 봉긋 올라오는 귀여운 스타일로 만든 것이었는데, 어느 날 그것이 부담스럽다며 민소매로 수선을 요청했던 과거력이 있던 옷이다.
“엄마, 이거 잘 안 입게 되어 가져왔어.”
딸에게 줄 것이라 내 것을 만들 때보다 신경 써서 공을 많이 들여 만들었던 것들이다. 나는 아마 옷을 잘 만들어 주어 딸에게도 칭찬을 받고 싶은가 보다.
다시 돌아온 옷들을 꺼내 입어 봤다. 다른 치수는 어느 정도 커버가 되는데, 허리만큼은 좀 버겁다. 그래도 원래 꽉 끼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고 입고 벗기 쉬운 스타일을 추구하다 보니 허리에 벨트를 하지 않으면 그럭저럭 내가 입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하늘색 원피스의 수선을 시작했다. 옷을 입고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목라인(neckline)을 수정하기로 했다. 자와 쵸크를 꺼내 시원하게 팠다. 그리고 하얀색 바이어스를 대어 안쪽으로 꺾었다. 허리에 매었던 가는 끈(벨트)은 옆에 살짝 매어 두었다. 얼른 입어봤다. 버리지 않기를 잘했다. 일단 색이 시원해 보여서 좋다. 팔은 민소매인 관계로 외출할 때는 뭔가를 걸쳐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내 나이 또래의 평범한 이들은 다 알 것이다.
다음은 분홍색 원피스의 수선 차례이다. 여름에는 원피스 한 장 입으면 세상 편하고 좋다. 그런데 나는 집에서는 모를까, 여름에 원피스 한 장 입고 외출하면 견디기가 어렵다. 워낙 냉방이 빵빵하게 잘 되어 있어 추워서 견디기 힘들다 보니 바지를 많이 입게 된다. 이 옷을 보며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셔츠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좋아, 아주 좋아! 수선이 간단해서 더욱 좋아!”
치마 밑단에서부터 일정한 길이만큼 초크로 표시했다. 그리고 가위로 잘랐다. 그리고 셔츠의 밑단을 말아 박기를 했다. 변신 완료.
입고 거울 앞으로 갔다. 내 것으로 만든 셔츠보다는 품이 작다. 그렇지만 숨을 쉬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흰색 바지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의 착장 사진을 올리기가 민망하므로 요즘 핫하다 못해 일상이 된 AI에게 옷의 사진을 주고 이 옷을 입은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결과물은 위의 사진과 같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모델의 사진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같은 옷인데 어쩌면 나의 모습과의 차이가 이렇게 크지? 내 옷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매와 얼굴이 문제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너무너무 다름에 놀라웠다. 진짜 재미있었다. 하하하.
그다음으로 분홍색 셔츠를 AI에게 제시하고 흰 바지 위에 입혀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상의를 편하게 겉으로 내어 입기 때문에, 상의를 바지 위로 빼낸 모습을 만들어 주라고 했다.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무료로 사용하는 AI라 그런지 요청에 맞게 수행해 내지 못함이 아쉬웠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몸매와 얼굴, 당당한 표정이구나!
뿌듯하다. 오랜 취미생활로 수선을 해서 재활용도 하고 이런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