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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현 Jul 11. 2024

부자 되기 싫다고?

 - 모건 하우절의 책 <돈의 심리학>


아파트 게시판에 입주자 대표 아저씨가 직을 그만둔다는 소식이 붙었다. 끝 인사가 “모두 부자 되세요” 였는데 그걸 본 일곱 살 아들이 말하길,


“부자가 되라고? 나는 돈은 적당히 있는 게 좋은데~”


엥? 당황스러웠다. 장난감도 많이 살 수 있고, 놀이공원에도 자주 갈 수 있잖아. 대체 왜? 아직은 아들에게 부와 가난에 대해서, 경제관념에 대해서 가르친 적이 없었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들었나?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성경 구절도 있으니까. 아무튼 이유를 물었지만 아이에게 특별한 논리는 없었다. 그냥 적당히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아들아 그런거 다 돈으로 사는거야...ㅋㅋ


이런 것도 유전인가. 사실 내가 돈을 참 모른다. 너무 부자가 되면 불행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도 하고, (일단 부자부터 돼라...) 돈을 유용한 도구로 바라보는 데 서툴다고 해야 하나. 아마 부모님 그늘 아래에서 고생을 안 해봐서 일거다.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그런 그늘이 되어줄 차례라는 경각심을 느낀다. 아이는 돈에 대해 나처럼 미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보고 자란 부모님의 검소함과 성실함에 더해, 돈에 대한 똑똑함도 함께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때마침 읽게 된 <돈의 심리학>의 핵심은 결국 ‘자기 게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 같다. 투자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목표이고, 소비에 있어서는 만족할 수 있는 지혜다. 모건 하우절은 ‘소비부자’가 아닌 ‘자산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는 더 크고 좋은 물건이 아니라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선택권이라고, 언젠가 돈에 쫓겨 원치 않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부의 진짜 가치라고 강조한다.


어릴 때 아빠는 술을 한 잔 하시면 “이만하면 행복하다, 더 바랄 게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그 영향인지 나 역시 자족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지만, 소비에 대한 끝없는 예찬과 자랑과 비교가 넘치는 세상을 살면서 종종 초라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돈이라는 주제를 은근히 외면하고 싶었던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기대치에서 결과를 뺀 것이 행복이다”

“충분한 건 적은 게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요즘 세상이 좀처럼 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해준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라고, 검소하라고. 근데 이게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하는 ‘마음부자’라는 말이 돈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게 결국은 자산부자, 찐부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돈은 적당히 있으면 된다는 우리 아들은 벌써 어느정도 자질이 있는 걸지도, 하하.



지금의 감상과 진심을 흔들어대는 일이 앞으로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럴 때마다 꺼내 후루룩 읽어보며 중심을 잡아보리라. 때가 되어 아들과 돈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때쯤엔, 이 책 속의 많은 지혜가 진짜 내 것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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