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님의 책 <배민다움>
업을 바꿔보고 싶다는 고민을 가지고 조직문화 스터디를 시작한 게 2021년 9월입니다. 저의 관심과 가능성을 가늠해 볼 생각으로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썼어요. 덕분에 재밌는 일들이 참 많았지만 정작 직무전환에 대한 답은 아직도 찾지 못했네요. 그래도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은 여전히 참 재미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 주제에 빠져들기 시작한 건 ‘전략으로서의 조직문화’의 개념을 접하면서 였습니다. 회사의 사업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서 조직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당시의 저에겐 너무 신선했거든요.
조직과 개인의 비전을 Align 하고,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로 구성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기업들을 보면서 ‘와, 월급쟁이도 이렇게 멋지게 일할 수 있는 거구나. 진짜 조직문화는 바로 이런 거였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업문화를 전략이자 수단으로 활용해 구성원의 몰입과 성취감을 높이고, 사업의 성공을 이루고,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이런 ‘좋은 문화 → 몰입과 성취 → 사업의 성공 → 사회 기여’ 순서의 연결고리를 정답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회사가 좋은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배민다움>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제가 정답으로 여기고 있던 그 연결고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님은 자신들이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간의 삶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을 자주 한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 않잖아요. 처음에는 좋았겠죠, 옛날 친구들하고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내 얘기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스트레스 받잖아요. 글 올리면 내 친구는 ‘좋아요’를 적어도 70개는 받는다던데, 나도 50개는 받고 싶은데 못 받으면 서운해지지요.
냉정하게 말해, 기업은 자기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로는 인간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화’가 중요하다고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배민이 하는 서비스 자체 때문에 다음 세대들이 더 행복해지고 좋아질 거라고 보진 않거든요. 하지만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는 문화를 남길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든 문화 덕분에 세상이 좋아질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그 문화를 잘 만들어가는 게 이 회사에서 제가 가진 꿈이에요.
270p
모름지기 기업이라고 하면 자신들의 사업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김봉진 대표 님은 우리 사회에 좋은 문화를 남기는 기업이 되는 것 그 자체를 더 큰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배민이 사업에서 성공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신들의 문화적인 성공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까지 이야기할 정도로요.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기존에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1등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중략) 그래야 저희가 만든 문화를 기억해줄 것 아니에요.
가령 4.5일제를 했는데 저희 회사가 잘 안 되면, 다음에 누구도 그 제도를 안 할 거 아니겠어요. “배민이 4.5일제 했는데, 잘 안 됐다면서?”라면서요. 그런데 성과가 좋으면 “우와, 4.5일제 하는데도 계속 1등 하네”라 하겠죠. 그럼 이제 다른 조직에서도 “4.5일제를 해도 잘 되는구나. 주 5일제만이 답은 아니구나” 그러겠죠.
257p
좋은 문화를 만들어서 그걸로 뭘 어떻게 하겠다, 가 아니라 구성원들과 함께 더 좋은 문화를 경험하고 증명해내는 것. 그 자체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앞서 제가 여러 단계의 연결고리로 이해하고 있던 좋은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김봉진 대표 님은 '좋은 문화 → 사회 기여'라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인과관계로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조직문화라는 주제를 또 한 번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옆에 있는 동료가 나와 함께 일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좋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일과 조직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내가 머물다 간 자리에 더 좋은 문화를 남기는 것. 조직문화 담당자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인 저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요. 저야 김봉진 대표 님의 이야기에 큰 울림을 느껴서 이렇게 글을 쓰곤 있지만,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가지고 계신 답이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에게 꾸준히 질문을 던져보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족한 생각을 이렇게 또 뻔뻔하게 나눴습니다.
저의 글이 작은 영감이 되었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