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아 스페인 여행!
동경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산다.
먹기 위해 일해야 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돈하고 청소해야 하며 아이들을 키워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며 더럽고 억울한 일을 겪어도 꿀꺽 삼켜내며 일상의 지리멸렬함을 이겨낸다.
동경은 언제 현실이 될까? 궁금하지만 쉽지 않다.
돈 많이 버는 재주도 없고 불리는 재주는 더없이 그냥 착실하게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간다. 카드값대출이자 공과금 교육비등등이 빠져나가고 나면 이번달도 허무하구먼, 허무해. 하고 씁쓸해한다.
그래도 허무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나이 들어간다.
아이들을 키워내고 교육시킨다. 그러기 위해 내가 가진 에너지를 다 쓰고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을 쓴다. 그러면서도 이 아이들이 세상에 나아가 적어도 제 밥벌이는 할 수 있게 크려나 늘 걱정한다.
뭐 이렇게 별일 없이 산다.
그러다 2023년 1월 별일 있게 살아보고 싶어 스페인 가족여행을 감행했다. 9박 11일 일정. 바르셀로나 인-로마 아웃. 꼬맹이 둘째와 청소년기 첫째 아들과 좀 더 늙은 큰 큰 아들을 이끌고 내 동경을 현실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힘들고 멋지고 감동적이었다가 화가 치밀었다가 공포에 질리기도 했던 스페인 -이태리 여행기.
여행이 끝나고 일상에 돌아온 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기억이 앞으로를 살아갈 힘이 되어 주기에 지난 기억을 더듬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여행을 계획하며 직항노선과 경유 노선의 금액차이 때문에 잠깐 고민을 했었다. 유럽 노선은 경유냐 직항이냐에 따라서 4인가족의 비행기 왕복 예산이 2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이 여행에서 경유로 하루 이상을 더 소비하기도 싫고, 무엇보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짐을 끌고 밤비행을 하며 유럽의 어느 공항 구석의 불편한 밴치 어딘가에서 웅성거리며 새벽을 맞이하는 걸 생각하니 돈이 더 들어도 직항을 선택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매우 잘한 선택이다. 위탁 수화물부터 시작해서 기내식까지 대한항공의 모든 것은 만족스러웠다. 기내식으로 서빙된 랑그독 지방의 쉬라 그리나슈 와인은 어찌나 향긋하고 신선하면서 농후하고 달콤하던지 한잔 더 서빙을 부탁했다. 어린이 선택 식사는 또 어찌나 애들 입맛에 맞춰주던지 입 짧은 둘째도 싹싹 긁어먹었다. 여행을 시작하는 모든 것이 편안하고 좋았다.
사실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네덜란드 항공이나 루프트한자 항공의 악명 높은 경유시간은 논외로 두더라도, 크루들이 모두 모국어로 안내해 주는 섬세한 기내서비스가 자랑인 대한항공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에도 가성비 좋고 맛있는 와인들을 서비스한다. 퍼스트클래스 와인들은 어떨까 궁금해지는 부분. 성공해서 퍼스트클래스 와인들도 서비스받아봐야지!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하루가 지난 저녁 7시였다. 첫날은 숙소에 도착해서 푹 자야 다음날 바쁜 여정을 소화활 수 있는데, 역시나 여행의 첫날은 매우 지쳤지만 흥분이 사라지지 않고 시차의 적응도 안 돼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녘에 거리를 나서보니 바르셀로나 거리는 아직 어둠에 잠겨있었다.
-바르셀로나 카탈루나아역 근처 스타벅스. 스페인의 대부분 상점들이 늦게 문을 열었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큰 역 근처의 스타벅스는 일찍 문을 열었다. 아직 어둠에 잠긴 겨울 아침. 첫 여행의 시작은 스타벅스 구경으로 시작했다.
Gran via de les cort catalanes, barcelona,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