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의 필라테스

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by 언젠가

사주를 보면 난 재복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런지 아직까지는 내 사주데로 안 풀렸나 보다. 뭐 언젠간 내 복 데로 살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도 마흔이 넘어서 보니 여러 가지 복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특히 사람과 돈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사람복이 더 우선이라는 사실은 깨달았다. 진짜 좋은 사람은 쉽게 돈으로도 살 수 없으며 마음을 다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나쁜 인연은 돈을 아무리 써도 막을 수 없다. 마찬가지 개념을 적용하자면 나 자신이 누구의 돈으로도 쉽게 살 수 없고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나와 인연을 맺고 싶게 할 수 있는 진짜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깨달음과 함께.


딱 한번 돈으로 살 수 있는 무형 유형 제화 중에 내가 돈이 많아서 이건 계속 누리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긴 하다. 필라테스 개인 수업.


때는 12월. 작고 소중한 월급이지만 그래도 연말에 어찌 저지 이런저런 수당들이 들어와서 무언가 도모했던 일을 할 수 있는 시기. 보통 아이 치아교정이나 방학맞이 영어, 수영 캠프 같은 사교육등 아이들을 위해 도모했던 일에 비용을 지불했는데 작년엔 우연히도 1회 체험 수업을 갔다가 이것이 극락인가를 경험했던 필라테스 개인 수업에 비용을 지불할 용기를 냈다.


필라테스 비용은 업체나 선생님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등록한 곳은 원장님 기준으로 20회에 160만 원. 시간대비 비용을 생각하면 상당히 고가인 수업이었다.

첫 체험 수업에서 내 체형에서 틀어진 곳과 아픈 곳을 지적해 주시고 늘 뭉쳐있어서 두통을 유발하던 오른쪽 어깨를 이완 시켜주는 동작을 배웠는데 너무 힘들었지만 집에 돌아와서 누우니 40년 동안 내 어깨에 올라와 있던 곰 한 마리가 내려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벼워진 근육에 머리까지 맑아지는 기분, 잠들기 전에 늘 이리 누워도 아프고 저리 누워도 아파서 뒤척이곤 했는데 어떻게 누워도 안 아파 숙면을 취했었다.

아! 나에게 필요했던 게 필라테스였구나. 재활을 돕는 운동이라더니 정말 내 어깨는 재활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그 후 주 3회씩 한 달 반, 20회의 수업은 꿈같이 지나갔다. 기본적인 자세교정, 걸음방법, 숨쉬기 방법부터 시작해서 그 운동을 다니는 동안은 몸이 가벼웠다.

리포머, 바레르, 캐딜락 같은 대기구 사용이 익숙해질 무렵 내 수업은 끝나버렸다.

즐거웠었다.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던 사람에게 힘들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그만큼 몸이 가벼워지니 빠짐없이 운동을 즐기며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수업을 지속할 자금이 없다.

필라테스라는 운동 자체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일대일 수업을 계속하며 몸을 돌아볼 여력이 안 생긴다.

세상엔 좋은 것도 많고 좋은 운동도 많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적게 들더라도 스스로 해야만 느는 게 운동이다. 여러 가지 운동 중에 비용도 적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할 수 있으며 안 그래도 인체의 기본 정렬에서 변형되어 저기 쑤시기 시작하는 관절과 근육들을 바르게 유지해 줄 수 있는 운동은 뭐가 있을까.

평생 찾아야 할 문제 같다.

이전 07화사십 대의 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