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의 달리기 반성

전민재 선수의 인터뷰VS남현희 선수의 인터뷰

by 언젠가

달리기에 진지하다라고 말했지만

매번 박차고 나가지 못한다.


퇴근 후 아이들을 다 먹이고 씻기면 저녁 늦은 시간이 된다. 짬을 내면 되지만 날이 추워지고 어둑해지면 그냥 이 지친 몸을 따뜻한 이불속에 넣고 싶다.


삼십 분 러닝이 목표다. 한 3킬로 달리고 나면 무릎이 쑤신다. 그런 날은 다음날은 뛰기를 쉬어야 한다.

내 나이는 사십대니까 막 이러며


오늘 전민재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사십 대란 핑계로, 아이들을 핑계로 피곤하단 핑계로 나와의 약속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한다. 나와의 약속. 건강한 몸으로 노후를 맞이하자 그리고 그 첫 번째 목표가 삼십 분 동안 인터벌 없이 러닝 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 자였다.

KakaoTalk_20231026_155756716.jpg 전민재 선수/ 패러게임 육상 금메달 리스트/ 46세에 현역으로 뛰며 우리나라 장애인 육상 선수의 전설이 되었다.

나는 그저 내가 건강하고 내가 근육을 만드려고 러닝을 한다.

전민재 선수는 투쟁이다.

전민재 선수

46세/ 23년 항저우 아이안 패러게임 200m 은메달 리스트, 18년 인도네시아 아시안 패러게임 100m , 200m 금메달 리스트 / 5살 때 뇌성마비후 근육이 마비되었고 20살까지만 살겠다고 결심했으나 육상으로 삶을 찾아 지금은 살아있는 전설/ 파리올림픽에서 마지막 러닝을 하고 은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항저우에서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 존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성 변환한 편지를 취재진에게 건내서 인터뷰를 했다. 뒤틀린 손으로 액정을 누르고 그것을 음성으로 변환하여 들려준 내용에는 그녀의 삶은 달리기로 달라졌고 달리며 느꼈던 좌절도 실망도 고통도 그저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과정이였다고 했다

그녀의 인터뷰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 울림을 준다.


요즘 나는 이상한 뉴스들을 보며 세상에 건전함이라는 것이 사라진 것만 같다 느껴진다.

내가 마흔이 되고 보니 운동선수들을 존경하게 되었고 몸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해서 최정상에 까지 오른 국대들은 정말 그 삶자체가 멋스럽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이룬 커리어의 정점에 선 40대의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하찮은 사기꾼의 로맨스 스캠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세상에나, 평생 스스로 연습하고 운동해서 이룬 피땀눈물의 가치, 소중한 근육들과 몸의 가치를 알고 그 정점에 서서 메달까지 딴 사람이, 저렇다고? 싶었다.

운동일수록, 특히 엘리트 운동선수일수록 노력의 가치를 직접 경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돈과 허영심에 눈이 멀어서 말도 안 되는 사기꾼에게 홀려 결혼을 한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가 사기꾼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고소한다고 엄포를 놨다가 결국 자기도 아무것도 모르고 당했다고 인터뷰하는 걸 보니 약간 허탈했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비정상과 비상식이 모든 것을 지배해도 올림픽 영웅만은 그대로 내가 생각하는 그 노력과 땀으로 이룬 그 세계에 속해있길 바랐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오늘은 퇴근하고 러닝 하지 말고 맥주나 한 캔 뜯으며 집에서 쉴까 했다.

그런데 전민재 선수가 나를 일으켜주셨다.


당신은 영웅이 필요한 세상에 영웅입니다. 저를 오늘하루 그 묵묵한 일상에, 힘들어도 꾀부리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일상에 속하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구나 살아가며 현혹되기도 하고 헛된 꿈을 따르기도 한다. 가장 현혹시키는 건 역시 돈이겠지?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이 기준이기에 돈 많은 사람이 영웅이라 여기고 따르려 한다.

그러나 자신의 삶의 투쟁을 하는 사람

한계를 이겨내려는 사람

하루하루 꾸준히 지치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려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그 모습 자체로 귀감이 돼서 타인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한 영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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