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대한 열의를 꺾이게 한 줌바
마흔 줄에 들어오며 운동의 당위성 필요성은 알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늘 의문이었다. 골프같이 진입 장벽이 높은 운동을 하기엔 두렵고 동네 강변을 그냥 걷기에는 심심하고 지루해서 연속성이 보장이 안되었다.
운동 세상에 들어가기 전엔 몸을 잘 쓰고 지구력과 근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인 줄 몰랐다. 내가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여야만 앞으로 숨이라도 쉬며 살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고 생존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자 그제야 좋은 몸을 가진 사람, 체력과 근력이 있는 사람, 자기 몸을 잘 쓸 줄 알고 남의 몸을 단련시킬 만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능력자인 줄 새삼 알게 되었다.
애들 키우며 일하며 살림하며 절대적인 시간 부족이라고 변명할 수 없다. 절대 시간이 없다면 잠을 줄여서라도 운동해야 한다 결심하고 나서 나는 제일 처음 새벽 요가반을 등록했다. 직장 근처 요가원을 등록해서 다섯 시에 출근하며 요가 수련을 하고 거기서 씻고 바로 출근하면 되겠다 하고 대략 계획을 짰었다.
그런데 어쩌지? 사람이 계획되로 되지 않는걸? 때는 신학기, 가장 지치고 바쁜 3월. 어두 컴컴하고 아직 추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집을 나서는 길이 어찌나 고역인지. 애들 아침 시간을 커버해 주겠다며 생색내던 남편에게 고마워하며 절한 에너지가 무색하게 일주일 만에 지쳐버렸다.
그때 3개월권을 끊었는데 어찌어찌 두 달을 다니고 퇴근길 졸음 운전하다 사고를 낼뻔한 이후로 새벽반 요가는 내 인생에서 아웃시켰다. 아직도 그 새벽반 요가원 선생님께 수강하라는 문자를 받긴 하지만, 선생님 저는 여기까지 인가 봐요. 새벽 운동은 참 안되네요.
나는 운동세상에 들어가기엔 아직 더 단련이 필요한 것인가? 고민할 때 친한 언니가 싸다고 일 년 치를 덜컥 끊어버린 운동권을 더 싸게 양도해 주겠다고 꼬셨다. 그 운동권은 그룹수업으로 줌바와 점핑 중에 선택해서 일 년을 배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었다.
일단 싸다니까, 그리고 집에서 가깝다니까 한번 양도받아서 들어볼까 했다. 문제는 그 헬스장은 우리 아파트생활권으로 동네 아줌마들과 굉장히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고 줌바 수업을 들었더니 나 같은 몸치 박치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록 격렬하고 빠르고 나중엔 나도 모르게 침을 흘릴 만큼 힘들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춤판에는 춤신춤왕이 존재하고 동네 아줌마들이 주축이 된 춤신춤왕들의 줌바 판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서열이 있다는 사실.
춤신춤왕이자 가장 오래 수강을 한 그룹은 선생님 옆 혹은 바로 앞 중앙 앞자리를 자리 잡고 있다.
나 같은 쩌리 뜨내기는 일찍 수업에 오더라도 절대 그 자리를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점. 일찍 와서 거울이 잘 보이는 그곳에서 내 춤추는 모습을 좀 자세히 보려고 했다가 나는 바로, 춤신춤왕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문제는 그 춤신춤왕 중에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 대단한 분도 있다는 걸 뒤늦게 그것도 나를 불쌍히 여긴 다른 누군가가, 너 위해서 알려주는 거야, 하고 말해줘서 알았다. 몸치 박치 운동 쩌리, 마지막엔 땀과 침까지 쏟아내는 너 따위는 춤신춤왕들의 정 중앙자리를 침범하면 안 된다. 거긴 정말 잘하는 사람들만 설 수 있는 곳이다. 잘하는 사람들이 거기서 춤을 춰줘야 뒷사람들이 그 동작을 보고 따라 한다. 마치 조교와 같이. 그분들이 그 자리 가려고 몇 년을 이 수업을 들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이고야, 같은 돈 내고 배우는 건데 이게 무슨 중세의 길드 도제식 수업도 아니고?
못하면 거울도 안 보이고 선생님도 안 보이는 뒷자리에서 알음알음 그저 곁눈질로 도제식으로 배우는 거고 잘하면 앞자리 선생님 옆에서 정확한 동작을 배우는 건가? 나는 거울 앞자리 잡으려고 남들보다 십오분씩 일찍 와서 준비하는데?
오메, 운동의 세계 진입 장벽이 이리 높은 것인가?
사실 운동의 세계에서 오래된 고인 물들의 텃세는 예전에도 겪었었다. 20대에 구민체육센터의 수영강의를 들었는데 강사님과 밥 먹는 자리에 빠진다고 혼나기도 하고 빠져도 회비는 각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안 가는데 거기 내는 돈이 너무너무 아깝다고 안 내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가 결국 그 강의 자체를 포기한 적도 있다.
그때 이후로 이십 대에 내가 왜 운동을 그만두었는지가 생각나며 운동에 대한 열의가 짜게 식긴 했다.
그러다 이 지역 명물 축제인 모래축제에 아이와 함께 갔다가 무대에 그 춤신춤왕들이 올라 춤을 추는 모습을 우연히 보니 묘하게도 다시 운동열의가 생겨났다. 사실 전문 무용팀을 고용할 수 없는 지역축제에서 프로그램을 채워주면서도 흥겹게 개막전 무대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그만한 맞춤팀이 없다는 생각이 들며 나라도 열의가 가득하고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는 저들을 섭외하겠다 싶겠더라.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들만의 흥과 열정으로 가득 찬 무대였다. 그 이후로 나를 줌바판에서 밀어낸 그 무서운 언니들에 대한 원망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 언니들에게는 그 줌바판이 너무나 소중한 세계이자 자신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전부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운동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거나 거기에 남는 에너지를 쏟고 싶은게 아니다. 그저 일상에서 다 써버린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내 몸과 속도에 맞게 오래 오래 할 운동 하나를 배우고 싶은것이다.
운동 방황은 그 이후로 조금 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