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의 인스타 다이어트 모임

work out 하려다 workout

by 언젠가

work out과 , workout은 한 끗 차이지만 다르다.

남의 말 잘 안 듣고 내 주관대로 살기로 결심하고 내 힘을 기르기로 결심한 후 운동을 다짐했는데

나는 정말 work out 하려다 workout 하겠는데? 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혼자 운동을 하기는 힘들고 운동권을 끊어놓고 보니 비싸고 , 게다가 어떤 그룹 수업은 고인 물들의 알력과 권력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쉽게 일상에서 집에서도 틈틈이 할 수 있는 건 없나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인스타로 다이어트를 돕는 코칭 수업을 운영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운동을 해서 지구력과 근력을 기르고 건강한 근육인으로 거듭나려면 내 몸을 써야 한다. 스스로 내 몸뚱이를 일으켜 밖으로 나가서 내 다리로 뛰어야 한다는 아주 심플한 진리를 무시하고

나는 다이어트마저 편하게, 손을 꾹꾹 누르며 인스타로 해보려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뭐 다이어트 코칭 수업이라는 게 별거 없는데 그분은 굉장한 우주의 진리인 것처럼 나를 따르면 저절로 생활 습관을 개선시키고 살이 빠지게 해 준다며 광고했다.

일단 첫 달 오만 원을 입금하니 다이어리라는 게 왔다. 거기에 먹은 걸 기록하고, 코치님이 추천하는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하는 자기 계발서를 사서 읽고, 코치님이 추천하는 홈트 프로그램을 한 시간 따라 하고 기록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코치님이 개설한 개정에 가입해서 매일매일 자기의 성과를 올리고 서로 비판하거나 격려하거나 자기가 살이 빠진 만큼 인증하며 끈끈히 유대감을 쌓으며 야 너도 할 수 있어! 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며 살을 빼라는 것이다.


뭐 여기까지는 오케이!

적게 먹고 홈트 보고 운동하는 거, 내가 한 운동 인증하는 거, 그건 이런 코칭 수업을 한 달에 오만 원씩 내고 안 들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운동습관이 붙기 전에는 강제성이 있어야 운동을 하게 되니까 잔소리 듣기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뭐.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인스타로 많은 팔로워를 모아 인플루언서가 된 코치님은 뭐든지 팔기 시작했다. 닭가슴살 만두, 살 빠지는 허리밴드, 땀복, 운동기구, 다이어트 보조 효소 등등 뭐 건강과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련된 모든 품목을 닥치는 대로. 우리 회원님에게만 특별히 공구가로 단 일주일만 판매한다며.


대단히 비싼 것도 아니고 대단히 싼 것도 아닌 각종 보조제나 운동기구 들은 서로 사겠다고 난리, 늘 품절임박! 이거 요물이에요 미쳤어요 간증 댓글이 줄줄이 달렸고 나도 이건 그럼 못 참지 하고 샀다가 창고행이 된 아이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하는 아이템인 데다가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게 아니라 큰 타격감이 없다 여겼는데 문제는 그런 것들이 쌓이고 보니 왜 내가 이런 쓸데없는 낭비를 하고 있나 하고 현타가 올 무렵 이것만 쓰면 쭉쭉 빠진다는 뱃살이 그대로 나에게 붙어있는 게 보인다.


그 코치님은 지금은 인스타로 돈 벌게 하는 노하우를 가르친다. 대기업 퇴사하고 집구석에서 일 년에 일억 버는 법 저와 함께 라면 할 수 있어요! 하며. 마인드 세팅을 해준다고 하기도 하고, 인스타로 돈 버는 법도 알려준다고 하고 뭐 구) 라이프 코치에서 현) 자기 계발자가 되어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효소도 사주고 땀복도 사주고 한 덕분이겠지?


인스타로 유튜브로 보면 세상 너무 쉽다.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살 빠지는 법도, 돈 버는 법도 다 알려준다 한다.

그런데 살을 빼려면 내가 나가서 움직여야 하고 돈을 벌려면 내가 나가서 내 몸 써서 일해야 한다. 아주 심플한 진리인데 그걸 모르고 지금도 인스타에서 수많은 구루들이 자기를 따르면 노력 안 해도 쉽게 뭐든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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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에 광풍이 불었던 더 시크릿 같은 자기 계발서의 저자 같은 사람들을 이제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때는 신박한데 뭐지? 하기라도 했지만 결국 뚜껑을 열어보면 아 네 넵 그렇군요? 싶은 느낌이랄까?

사실은 나는 아직도 아무리 생각해도 우주의 기운이라는 게 나에게 몰려오면 나는 된다 하는 원리는 모르겠다.

다만 사십이 넘어서니 알겠는 건 꾸준하고 정직한 노동과 꾸준하고 정직한 노력만이 나를 더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그 꾸준함을 지속하다 보면 자기 장르에서 뭐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는 것 정도는 깨우쳤다.

자기 계발자라는 사람이나 라이프코치라는 사람들이 팔이 피플로 보인다.

문제는 더 시크릿 우주의 기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싶은 팔이 피플도 많지만 너무나 진실되고 간절하게 그 장르를 원하다 보면 그걸 무시 못하고 현혹돼서 따르는 무리도 많다는 것이다.

work out 하려다 workout 하지 않게 되려면 심플한 진리를 따라야 한다. 내가 땀 흘리지 않고 누군가가 판매하는 무언가를 사서 쉽게 이룰 수 있는 건 단언컨대 그 무엇도 없다. 간절할 수록 구루를 따르지 말고 본인을 따라야 한다. 내 인스타 다이어트 모임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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