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를 왜 해요

by 밝을현

왼쪽 손가락에는 손톱으로 할퀸 자해의 흔적이 있다. 할퀴었다기보단 수차례 찍어 눌렀다가 맞는 표현일 것 같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내 인생에 '자해'라는 단어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는 날이 내게도 찾아온다.


심리적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나를 해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신체적 고통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내 고통이 겉으로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당시 나는 이만큼이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당사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더 죄책감에 시달려 나만큼 고통스러워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그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또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기에, 제일 만만했던 나를 해한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고, 새살은 돋아났다.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으나 이젠 아프지 않다.

그때의 고통은 감정 없는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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