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의 취준 생활을 마치며

by 밝을현

퇴사를 하고 나서 4개월을 더 이직 준비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최종면접 포함 14번의 면접, 1번의 과제.


긴장, 좌절, 기대, 실망, 자괴감, 불안,...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갉아먹었고, 몇 번이고 놔버리고 싶었다. 뚜렷한 목표도 없었기에, 그저 시간에 쫓기듯 준비하며 조급히 달려왔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넘어지고 다시 일어남을 반복하며 내 손과 무릎에는 굳은살이 생겼다. 그것은 감사함과 인내심으로 단단해져 왔다.


하루는 친구가 책을 한 권을 빌려줬다.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책 제목은 이상해도 지금의 내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노란색 배경에 "포기하지 마."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2억 빚을 진 한 남자와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우주님'과의 대화. '우주님'을 통해 남자는 결국 2억 빚을 모두 청산하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의 힘을 믿고 수만 번 반복하라는 이야기다. 불행하든, 행복하든 상황에 상관없이 '감사합니다.'를 반복해서 말하고 감사한 마음을 우주에 전하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 감사함의 에너지가 순환되어 나에게까지 전해진다고 한다.


그대로 따라 해보기로 했다. 생각나는 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수만 번까지는 못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져 좌절스러운 상황에서도 미친 사람처럼 "감사합니다."를 되뇌었다. 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나의 심리 상태가 점점 안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기계처럼 되뇌었던 감사함이 실제로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내 인생의 초점은 불행에서 감사로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그리고 실제로 감사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느 날 현금 2만 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당일 갑작스럽게 외주를 받아 2만 5천 원을 벌었다. 잃어버린 돈을 되찾고 5천 원을 더 얻은 셈이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중얼거렸다.


어떤 것들을 힘껏 움켜잡고 있던 손에 힘도 점점 빠졌고 평안해졌다. 휘청거리는 날들도 있었지만 이내 다시 일어남까지의 쿨타임은 점점 짧아졌다. 인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단련시키며 하루하루를 달려왔다.


그렇게 이직 준비를 하다가 최근에 두 회사의 면접을 보게 되었고, 두 회사 모두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꼭 쥔 손에 힘을 풀었더니 오히려 더 편한 마음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희망했던 대로 퇴사 후에 바로 이직을 했더라면 안정감은 얻었겠지만, 인내심과 감사함을 얻을 수 있었을까 싶다. 여전히 불행에 초점이 맞춰진 채로 지냈더라면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을지도. 나는 길고도 짧았던 5개월이 내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만남들이 기대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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