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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세요?

노동가(勞動歌)

by 문송한 글쓴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남용하는 용어 중에 하나가 "전문가"라는 단어이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고 하는데,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라는 말은 상당한 모호성을 가진다. 먼저 "그 분야"라는 부분의 모호성이다. 전문성이라는 용어는 프렉탈 구조와 같아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없이 많은 갈래가 나온다. 법률만 해도 상거래와 관련된 상법,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와 관련된 노동법, 각종 세금과 관련된 세법 등 갈래가 무한하다. 단순히 변호사 자격증만 갖고 있다고 해서 회사의 모든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라는 부분도 전문가라는 단어의 모호성을 확장한다. 3년 동안 해당 업종에 근무한 사람은 전문가인가? 6년 동안 해당 업종에 근무한 사람은 전문가인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인사 업무만 6년 동안 처리한 사람은 상법에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 사람마다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다르다.

모호한 전문성이라는 용어를 이용해서 회사에서 본인만의 성역을 만들어 놓고 편안하게 생활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가진 능력에 비해서 말도 안 되는 영향력을 갖고 타인의 일에 조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무수하게 세분화되는 용어의 특성을 이용해서 일을 회피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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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라이선스 또는 특정 경력이 하나의 특성을 나타내는 이정표가 될 수는 있지만 곧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전문성은 "책임"에서 나온다. "책임"지지 않고 전문가랍시고 무수한 조언을 쏟아내는 사람, 전문 라이선스를 가졌다고 입사를 했음에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사람은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본인이 맡은 파트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결론을 지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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