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상경영 체제-회사라는 주체

노동가(勞動歌)

by 문송한 글쓴이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란다. 당기손익이 전년 동기대비 줄어들면서 몇 가지 지표들이 심각하게 안 좋아져서 비상경영 체제가 되었다. 부서별로 할당되던 야식대, 회의비가 감축되는 등 월급 빼고는 다 줄이는 상황이다. 회사에 상당 기간 근무했던 직원으로서 회사가 이렇게 된 원인을 생각해 보면 경영진의 잘못이 컸다.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구조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부분은 그대로 두었고, 인수합병 건을 몇 번이나 말아먹어서 회사는 점점 기울어져 갔다.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던 회사가 몇 년 사이에 기울어져 버렸다. 나는 주어진 일만 했는데 말이다. 부잣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세는 점점 기울어 가는 곳이었다.

240728_비상경영 체제-회사라는 주체(본문).png

회사는 법인격을 가진 하나의 주체이며, 경영진들은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머리이다. 몇 번의 망해버린 인수합병, 조직 구조적인 개혁의 부재 등 회사를 이렇게 만든 주체는 회사의 머리인 경영진들이 분명하다. 하지만 법인에 소속되어있는 구성원들은 그 법인의 고통을 나누어서 져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머리에서 잘못된 지시를 내려서 매일 술을 먹었고 그래서 간암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고 뇌를 도려내는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병에 걸린 간이 도려내어진다. 구조자체가 그렇다. 머리는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회사 앞에 텐트를 치고 경영진에 목소리를 높여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법인이라는 구조 자체에서 그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언제든 법인을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늘 준비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별활동과 회사생활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