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인스타그램을 보는 친구를 보다가 직장생활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사진첩의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특별한 일들을 기억할 수 있듯이 직장에서의 일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직장에서의 일들은 매일 반복되는데 일기를 쓸 것들이 있을까?
어릴 때는 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하루를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초등학생 때 선생님께 한 달에 한 번 선생님께 검사를 받으려고 적었던 매일의 일기는 양치질만큼이나 귀찮았다. 입시를 준비했던 중학생, 고등학생 때에도 그리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대학생 때에도 20년이 넘는 시간이동안 지독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오면서 딱히 일기를 쓸 필요성은 찾지 못했다.
직장인이 되고 살아가는 매일은 학생 때의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나"라는 자아는 집에 두고 나왔다. 매일의 생활에 도전도 목표도 즐거움도 없었다. 내 것이 아닌 회사에서 타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했다. 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목표로 매일 같은 하루를 살았고, 대학생 때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목표로 매일 같은 하루를 버텨냈다. 직장에서는 그냥 별 일 없이 퇴근하는 것을 목표로 의미 없이 하루를 버틴다. 버티기 위해 버티는 삶이라니... 매일 돌을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 시지프스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매일 같은 일이 무의미하게 반복되어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매일 달랐다. 목표도 도전도 없이 매일을 살아내지만 그 속에서 "회사탈출의 진정한 의미", "인간관계의 본질"과 같은 오만가지 잡생각을 한다. 그리고 매일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사진을 찍어서 그 순간을 기록하듯이 휘발시키지 않고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도 도전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 순간 나만의 깨달음이 전혀 의미 없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