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독서목표도 이루지 못한 당신에게
첫장을 펴는 건 쉽지만 마지막장을 덮는 건 어렵다.
(올해도) 사놓은 책에 비해 끝까지 다 읽은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리지만 매해 그래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저,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또다른 새 책을 살 뿐.
올해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소설 ‘경애의 마음’ 이다. 끝까지 다 읽은 책이 많지 않으니 큰 고민 없이 고를 수 있었지만 아마 100권의 책을 읽었어도 이 책을 최고로 꼽지 않았을까 싶다.
김금희 작가의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힘에 이끌려 끝까지 읽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책이다.
그리고 언급해야 할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바로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다. 사실 이 책은 아직 마지막장을 덮지 못한 책이지만 책 표지 한 켠에 작게 실려있는 <작가의 말>을 읽은 것 만으로 이 책을 선택한 것에 대한 엄청난 만족감이 밀려왔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최은영 작가의 말은 이랬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누군가로 인해 슬퍼하게 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마음이 내 곁에 함께 누워주었다. 그 마음을 바라보며 왔다. 내 의지와 무관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살아있는 한 끝까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내가 사람을, 그리고 나의 삶을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살아있는 한 끝까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의 책이라면 내게 주어진 시간과 맞바꾸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경애의 마음에는 제일 마지막장에 <작가의 말> 이 숨어있다. 거대하고 울창한 경애의 마음이라는 숲을 모두 헤쳐나간 뒤에야 비로소 와닿는 작가의 마음. 긴 이야기를 완성하고 난 뒤라 그런지 아주 간결하고 짧다.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해 썼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과연 끝마칠 수 있을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이야기를 완성했고, 난 이 긴 소설을 다 읽은 후 제일 마지막장에 새겨진 작가의 말을 끝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분명 새해 목표로 ‘책 50권 읽기’와 같은 목표를 - 100권은 양심에 찔려서 50권이다 - 세워뒀던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이제라도 스퍼트를 낸다면 가능할까? 글쎄, 생각보다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은 우리다.
목표를 이뤄보겠다고 잔뜩 사둔 책꾸러미를 보며 ‘언제 다 읽지...’ 싶다면 일단 <작가의 말> 을 읽어보면 어떨까. 한 권의 책을 다 읽었을 때보다 깊은 감동, 신선한 감탄, 어떤 위로를 느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