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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Jan 18. 2019

취향의 시대의 '병맛'

감성과 취향의 시대에도 병맛이 통하는 이유


감성과 취향이 넘쳐나는 시대, 사람들은 감성과 취향이 확고한 브랜드에 호감을 드러낸다. 멋진 취향을 가진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스스로를 더 쿨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지 않지만 이솝의 가글을 쓰고 (샤넬백은 없지만) 샤넬 핸드크림과 향수를 쓰는 이유도, 프러포즈 선물로 티파니 반지보다 애플의 맥북에어를 받은 게 더 좋았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아도 깊이가 있다면 금세 성장하고, 규모가 커도 철학이 없다면 내리막길을 걷는 브랜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왜, 자신의 감성과 취향이 남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도구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병맛' 컨텐츠에는 등을 돌리지 않을까?


며칠 전, 영어 강의를 보러 들어간 유튜브에서 한 광고를 보았다. 이상한 음악과 함께 까만 목 폴라티를 입고 올빽으로 머리를 묶은 낯익은 여자가 등장한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김주영을 닮았다. 그렇게 마주한 광고 속 가짜 김주영은 이내 나의 시선을 빼앗았고, 난 꽤나 긴 그 광고를 끝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함께 아이데이션을 하던 동료에게 그 영상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에 접속했다. 광고를 본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신기하게 회사명(브랜드명)이 기억났다.



그렇게 뭐에 홀린 듯 유튜브에서 '산타토익'을 검색하고 동료에게 웃긴 광고를 보여준다는 핑계로 나도 덩달아 한번 더 봤다. 너무 재밌어서 깔깔깔 웃으며 말이다.


광고는 스카이캐슬에 중독된 마케터가 몇 군데의 광고대행사로부터 스카이캐슬 패러디 광고 제작에 대한 요청을 정중히 거절 당한 뒤 2일 만에 25만 원을 들여서 만들었다는 설명과 함께 시작된다.


광고 속 김주영 선생의 목표는 예서의 토익 만점. 이 목표를 실현시켜 줄 쓰앵님들이 각자의 토익 강의 계획을 밝히며 김주영의 평가를 받는 내용이다. 결론은, 산타토익으로 공부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사실 처음엔 연기하는 여자가 배우가 아니라 마케터인 줄 알았는데 자막을 자세히 보니 배우였다. (대성하실 거예요 ㅋㅋㅋ)


배우의 입장에서 '마케터 놈들 다 망했으면...'이나 '그만 찍어라 이 지독한 마케터야'라는 자막이 흐를 때마다 너무 웃겼다.


마케터라면, 대행사로부터 거절 당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 상처(?)를 뒤로 하고 이런 광고를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구르마 위에서의 살신성인에 불을 지핀 것은, 산타토익 임직원들이 함께 불렀다는 스카이 캐슬의 OST 'We all lie'다. 저작권까지 고려한 깨알 같은 준비성에 박수를...


자막 누가 쓰신 거죠... 진짜 웃겨


생각해보면 작년에 가장 화제를 모았던 광고 중에도 병맛 영상이 꽤 많았다. 그 중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라는 제목의 LG세제 광고가 대표적인 케이스가 될 수 있겠다.



당시 페이스북 스타였던 - 지금은 유튜브 스타이기도 한 - '반도의흔한애견샵알바생(허지혜)'의 작품인 이 광고는, 심지어 광고주에 대한 불만이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펌을 받아 세상에 나오게 된 이 광고는 조회수 180 만회라는 기록을 남겼다. 매출은 글쎄... 어떻게 됐을까? 어쨌든 대한민국 광고 시장에 엄청나게 신선한 반향을 불러온 건 사실이다.



이외에도 목소리부터 병맛인 '장삐쭈'나 병맛의 신세계를 열고 있는 유튜버 '햄튜브' 등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야놀자' 광고의 성공도 병맛 코드를 CM 송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 아닐까. 공유와 공효진이 알 수 없는 말로 대화하는 SSG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 역시 한 차원 높은 클래스의 병맛을 보여주고자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선하고 독특했다.


이제 병맛은 코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된 것 같다.


물론, 병맛 문화가 만들어내는 재미와 웃음이 반드시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컨텐츠를 만든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


감성팔이와 취향팔이가 되지 못한다면 웃음과 재미라도 줘야 되지 않을까? 괜히 반성을 하게 된다. 산타토익의 마케터들과 LG 생건의 건강마케팅부가 그랬듯 우리 팀도 올 한 해 사람들을 크게 한 번 웃겨줄 수 있다면 좋겠다.


위에서 언급한 광고들의 링크를 걸어놓았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



* 산타토익 광고


* LG 피지 세제 광고


* SSG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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