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짝이네 가족의 유럽 배낭여행 이야기 - 프롤로그
2016년 3월. 프라하
2017년 3월. 바르셀로나
2019년 9월. 피렌체, 로마
우리 가족은 총 3번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엔 그저 우리가 어떻게 여행 준비를 하고 여행지에서 지냈는지 등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서, 우리 가족의 역사책으로 남겨보자 했다.
“엄빠가 너희를 이렇게 데리고 다녔어”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우리 가족의 작은 경험을 브런치에 공유해보려 한다.
프롤로그답게 먼저 독자들께 알려드린다.
우리는 '한달 살기', '캠핑카 장기 일주' 혹은 '유럽 횡단' 등을 할 만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전혀 없는, 정말 평범한 소시민이다. 직장인 남편, 프리랜서 아내, 그리고 시골에서 천방지축 뛰며 자라는 삼남매.
낀 세대로서 위로 아래로 부양 책임을 다하고, 아이들 가르치고, 우리의 '명목상 자산'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지분에 대한 댓가를 치르고, 다음달 카드값 걱정하며, 이 땅의 보통 40대들이 살아가는 삶을 동동동동 살아내는 그런 평범한 가족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족 유럽 여행을 1~2년에 한번씩 갔다고? 그게 가능해?"
"뭔가 숨겨둔 믿는 구석이 있겠지. 아니면 든든한 빽이 있던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no! 이다.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하하.)
우리는 세 번의 유럽 여행 모두 '과연 이 시기에 일주일 넘게 휴가를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때로는 싫은 소리도 들었고, 우리에겐 소중한 반려견이지만 강아지 호텔에서는 받아주지도 않는 '진도믹스견'(불경스럽게도 어느 가게에서는 X개라고 했던) 아이를 매일 산책시키고 돌봐줄 이웃들을 섭외해야 했다.
일을 오래 쉴 수 없기에 출발 당일 저녁까지 일하고 밤비행기를 타거나, 낮 비행기 타는 날 새벽까지 밤새워 일했고, 돌아와서는 다음날부터 바로 일을 하면서 강제 시차적응이 되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했다.
국적기 직항은 언감생심, 조금이라도 싼 외항사의 경유 항공권을 찾아 헤맸고, (그 덕분인지 우리 아이들은 어딜 가든 기본 수준의 생존 영어, 생존 중국어는 해야 안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체득해버렸다.)
안전하고 깨끗한데 취사까지 되는 저렴한 숙소를 물색하며(5인은 생각보다 숙소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4인과 5인은 정말 다르다.), 유럽 마트에서 쌀 사서 냄비밥 해가며 체류 경비를 타이트하게 아꼈다.
그냥 한국에서의 빡쎈 생활인으로서의 일상 그대로 유럽에 가서 살았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우리는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비용 아낀다며 맛집보다는 로컬 시장을 찾아다니며 그 동네 '찐라이프'를 살다 왔다.
그렇기에 우리의 여행기는 '좌충우돌 리얼 대환장 스토리'이다.
혹시라도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낭만적인 여행기를 기대하신다면, 실망은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
우리의 여행기는 기승전 '비용과의 전쟁'이다.
가족 여행에서는 사람 수 기준으로 드는 경비는 무조건 곱하기 5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배낭여행보다도 여행경비 수준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배낭여행에서는 어쩌면 '에이, 그래 20만원! 그냥 한번 눈 딱 감고 쓰고 편하게 지내자!' 할 수 있는 일들이, 가족여행에선 곱하기 5 하면 100만원. 이건 눈 감을 수 없는, 여행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기는, 낭만 이야기 보다는 현실적인 비용 이야기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가족 여행기에 왜 그리 돈타령이냐 한다면, 나는 그것 때문에 이 글을 쓴다고 말할 것이다.
그놈의 여행 비용 문제 때문에 선뜻 가족 배낭여행을 실행하지 못하고, 막연히 동경하고 혹은 두려워하고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해.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에 우리 가족도 그랬다. 가족 유럽여행은 나중에 나이 더 들고 돈 많이 벌어서, 그 때나 가는 건 줄 알았다. 당장 이번달 빠듯하고 다음달 카드값 생각하면 또 갑갑한데, 무슨 사치냐고. 설령 간다 해도 가까운 동남아 가야지, 비싼 유럽이 가당키나 하냐고.
하지만 일단 가겠다 마음 먹고 저지르면, 동남아 고급 리조트 갈 비용으로 유럽을 다녀올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그것도 무척 재미있게.
약간의 불편함과 모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그 과정 속에서 어른들도 아이들도 한뼘씩 자라날 것이고, 가족이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계획대로 일정이 풀리지 않더라도 '천천히 가지 뭐' 하며 웃을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그래서 나는 이 졸필을 통해 '그놈의 돈.돈.돈' 타령을 할 것이고, "이 비용으로, 이렇게도 되는구나" 라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럽은 그냥 로망일 뿐이야. 언감생심'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어느 가족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서 우리 가족이 느꼈던 그 행복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누군가는 우리의 여행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꼭 유럽에 가려는 이유가 뭐야?"
"여행은 놀러 가는 건데, 너무 궁상맞게 구는 거 아냐?"
"왜 유럽까지 가서는 사서 고생이니?"
분명 궁상맞고 돈타령하는 그런 아줌마 정신 충만한 여행 맞지만,
열흘짜리 여행 다녀와서 1년간 허리띠 졸라매는 팍팍함이 남지만, (확실히. 여행은 짧고 할부는 길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을 배워왔다.
그래서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글을 쓰는 지금도, 남편과 나는 초콜렛은행 모임통장에 매달 용돈 쪼개서 여행 경비를 또 모으고 있다.
통장 이름은 "유럽 여행 또 가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언젠가의 유럽행을 위해.
빤짝이네 가족의 본격적인 유럽 여행 전 과정의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