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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y Sep 29. 2016

[더 과거]연애전, 보통여자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

여자를 위한, 잘 연애하고 잘 결혼하기


20대 후반의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A양과 B양. 수다를 떨고 있다. 남자이야기다. 썸타는(혹은,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과 있었던 사소한 일상이 재해석과 비평의 과정을 거쳐 서로에게 공유된다.


"그래서 내가- 그 오빠한테 카톡을 보냈거든? 근데 연락이 없는 거야. 답장을 너무 빨리 보냈나? 아, 좀 있다가 보낼껄. 다시 연락을 해볼까?"

"야야, 하지마 하지마 관심없으면 마는 거지. 다시 또 보내냐?"

"그런가.. 근데... 이러다가 끝나면 어떡해- 이 정도면 분명히 나한테 관심있어 보이지 않았어?"

"그러게- 이상하네, 뭐지?"


이 대화에서 여러분은 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자, 3초만 생각해보자. 하나...둘....셋....!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정답은) 그냥 대화자체가 잘못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모임 혹은 단체에 당신이 관심가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랑 진심으로 잘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그 모임 내에서)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물론 예외는 있다. 아래의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친구라면 밝혀도 된다.


1. 모임에 참가하기 이전부터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때로는 나자신보다 더 아껴줄 수 있는 우정을 공유하고 있으며(벋... 그런 우정이 존재하는지는 논외.)2. 센스있게, 티안나게, 자연스럽게 우연을 빙자한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스킬을 갖추고 있는(이건 본인 스스로가 연애를 잘하는 것과는 다른 능력이다.어설프게 도와줬다고 나섰다가는 소문만 넓~고 얇~게 실~컷 나고 망한다) 3. 이 모든 나의 고백과 고민들을 절대 남들에게 발설하지 않는, 거북선이와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입의 무게추를 가진 사람.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관심가질 가능성이 제로,인 사람.


남의 연애이야기, 남이 썸타는 이야기는 비단 결혼전 청춘남녀 뿐만이 아니라 인류 이래 모두의 신나는 수다거리이다. 얼마나 신나는 일이냐하면,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남의 사랑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기까지한다. 영화, 소설, 음악, 회화까지, 사랑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몇 안된다. 죄다 남의 이야기다. 이 정도로 사랑 혹은 사랑을 위한 이야기를 우리는 미치도록 좋아한다. 그런데, 당신의 진지한 사랑이 미처 이루어지기도 전에 수다거리로 소진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수다의 대열에 당사자인 당신이 끼어있다면, (극히 일부를 제외한)수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지나친 왜곡, 확대, 축소, 과장이 난무하면서 스토리가 산으로 가게 되어있다. 절대 안된다. 이 사랑이야기가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건 당신 스스로의 이야기여야한다. 함부로 누가 끼어들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묻고 싶을거다. 그럼.. 동아리(혹은 단체, 회사 기타 등등)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야기해도 되나요? 위에서 제시한 조건 중에 1,2번을 갖춘 사람(그러니까 "우정+센스")이라면 정말 "당신의 감정이 확실해졌다면" 이야기해서 상의해볼만하다. 하지만 이 조건의 교집합을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왜 이렇게 필자는 자꾸만 연애하고픈 언니들에게 (당신의 썸을 안주삼아, 지나치게)수다떨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걸까. 소문이 나면 좋을게 없으니까? 남자가 나의 감정을 알아채면 실패하니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다. 다시 대화로 돌아가보자. 그리고 잘못된 점을 찾아보자. (설마 또 대화자체가 잘못됐다고 하진 않겠지)


"아까 너도 봤지? 어때?"

"그러니까- 그 오빠가 너한테 잘해주긴 잘해주네-진짜 뭔가 있는 거 아님?"

"사실은 아까 내가 혼자 몰래 조용히 나가려고 그랬거든? 근데 자꾸 더 있다가 가라고 붙드는 거야-"

"그니까그니까-이상해이상해-"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차렸는지? 이름하여, '감정의 확대재생산'이라고 아는지 몰라. 그 오빠(동생,친구...)는 확실히 그녀에게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있데- 얼레리꼴레리- 하고 끝내지 않으려면 이후의 과정이 중요하다. '관심'이 있다는 건, '좋아한다'는게 아니지 않은가. 이 지점에서 '감정의 확대 재생산'이 매우 위험하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매우 유명한 시를 아시는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생각하는 것과 그 생각을 입으로 내뱉어 설명하고 정의하는 행위는 그 무게가 매우 다르다. 김춘수의 시를 빌리자면 그녀와 그녀의 친구가 그의 관심을 수다의 형태로 호출하는, 그러니까 '불러주는 순간' 그녀들의 대화에서 그의 감정은 확실하게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상태로 '정의'된다. 그런데 감정이라는게 그렇지가 않다. 많은 여성들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여기에서 시작되는데, 그의 '관심'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흐를 수 있는 상태의 감정이다. '관심'은 흐르는 거야!


 친구들과의 끝없는 수다 속에서 이미 그를 '나에게 관심있는 남자, 나도 역시 관심있는 남자'로 확대 재생산하여 정의한 그녀는 그를 끊없이 의식한다. 그를 '관심'으로 흐르게 했던 그녀의 어떤 매력이 자꾸만 어색해진다. 대부분의 '보통여자'들(본 글에서 '보통여자'의 의미는 이전 게시글 참조)에게 남자의 관심이 최종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하는 건 (아직 나도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는)어떤 매력이지 작위적인 노력이 아니다. 그런데 자꾸 이게 아니다 싶은 상황이 생긴다. 나는 더 이상 그 전처럼 그의 앞에서 편하게 장난칠수도, 웃을수도 없다. 이런 내가 마음에 엄청 안들지만 마음에 드는 남자 앞에서는 자꾸만 어색해지는게 대부분 우리 보통 여자들의 현실이다.(잠깐, 눈물 좀 닦고...)  


아... 어느 순간부터 그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엄청난 뒷수다?를 통해 실제와 상관없이 이미 엄청나게 확대되어버린)내 감정을 알아채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착각을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가 멀어져간다... 안타깝고 속이 상한다. 불안하니 다시 또 수다수다수다... 수다 끝에 내린 결론은 먼저 연락을 해보자! 이런 경우 여성의 선연락,은 100%실패다.


무조건 연락을 여자가 먼저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여자는 튕겨야한다 뭐 이런 말도 아니다.(요즘 세상에 어찌 그런 말도 안되는...) 참고로, 필자는 현재의 남편에게 먼저 고백했고 지금 수년째 같이 살고 있다.(끼악! 선고백의 성공 노하우는 다음 기회에 ㅋㄷ)


모든 인간 관계에는 맥락이 있다. 앞서 설명한 맥락에서 여자가 먼저 연락을 하는 건 이미 다 타버려서 탄냄새가 폴폴나는 부침개를 굳이 확인하겠다고 뒤집는 꼴이다. 아우, 뿌옇고 까맣게 피어오르는 속타는 그 연기를 어찌할 것인가.


문제는 흐르고 있던 그의 '관심'을 내 머릿속 고인 웅덩이 속에 빠뜨려놓고 혼자 열심히 헤엄치게한 '친구들과의 수다'이다. 그의 관심을 오직 대외적인 자랑거리로 삼을 요량이 아니라면 지나친 수다를 자제하자. (각종 연애조언 사이트나 과도한 연애관련 서적 및 자료 탐닉도 마찬가지) 그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꼈다면 그건 이미 당신 안의 어떤 점 때문이다. 누구에게 물을 필요도, 상의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설레는 그 순간을 나의 방식대로  누리자. 불안할 필요 없다. 당신은 이미, 충분하다.


                                                 *이미지 사용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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