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쿠퍼의 <스타 이즈 본>
넘어짐에 익숙해지는 날이 과연 올까요? 무릎이 까지는 아픔쯤이야 여러 번 겪었지만 넘어질 때마다 여전히 창피하고 따갑더군요. 익숙해지기는커녕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가 덧나면서 더 깊고 쓰라리게 패입니다. 그리고 흉터가 많아질수록 날 감싸는 이 피부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연약해지는 걸 느끼죠. 그래요. 고통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아픔을 미리 안다고 해서 덜 고통스러운 건 아니죠. 수천 번 넘어지면 수천 번의 아픔이 있을 뿐이에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혹은 더 현명하다고 한들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죠. 넘어지는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똑같습니다. 아픔을 피할 요령 따위는 없습니다. 살아도 살아도 인생은 우리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으니까요.
마음에 새겨진 상처도 쉽게 아물지 않죠.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곪아갑니다. 또 어떤 기억은 잊혀지지 않고 평생을 따라다녀요.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날카롭게 우리의 약한 틈을 파고듭니다. 피할 수도 없이 구석으로 몰아세우고 더욱 뾰족해진 끝으로 우리를 찌르죠. 그럴때 기억은 마치 우리를 찌르는 송곳과도 같아요. 머릿속에서 수치스러운 순간을 수없이 재연하며 발밑을 잡아챕니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은 결국 같은 고통이에요. 이 세상에 상처가 없는 곳은 없으니 거기서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로가 될만한 것들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대개는 결핍을 완전히 채워주지 못한 채, 오히려 의존하게만 만들죠. 안타깝게도 중독은 성장을 멈추게 하고 우리를 어김없이 같은 자리로 되돌려 놓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위로는 모든 효험을 잃어버리고 그럴수록 더 자기 안의 슬픔에 매몰되고 말죠.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할 사람을 찾아 헤매는지도 모릅니다. 내 상처를 알아주고 조용히 날 안아줄 사람을요. 사랑 속에서 각자의 상처를 공유한다면 슬픔은 치유될 수 있을까요?
잭은 태어날 때부터 청력에 문제가 있었고, 앨리는 자신의 외모를 콤플렉스로 여겼습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늘 부족함 속에서 살아왔죠. 거기다 잭은 아버지에게 방치당한 채 사랑받지 못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 공허함을 잊기 위해 알코올과 마약에 의존하며 자신을 마비시켰죠. 반면 앨리는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과 무시 속에서 점점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었죠. 그러나 그녀는 잭의 애정어린 도움으로 마침내 슈퍼스타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 안에서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랑은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때때로 다른 한 사람을 희미하게 만듭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점점 작아지고 어떤 이는 길을 잃기도 하죠. 만약 사랑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다면 그 사랑은 끝내 의미를 잃고 말겁니다. 내가 없는데 어떻게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잭은 자신을 잃었어요. 앨리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그녀를 돕는 데 온 힘을 쏟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끝내 지쳐버리고 말죠.
우울은 마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은 채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이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태죠. 그 슬픔 속에는 낭만이라고는 없습니다. 오직 머리가 지끈거리는 괴로움과 떠오르기 싫은 기억들이 쉴 새 없이 밀려올 뿐이에요. 잭은 자신의 존재가 앨리와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과거를 지울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그는 결국 스스로를 지우기로 결심해요. 모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버립니다.
사랑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잠시나마 구원할 수 있지만 삶의 모든 상처와 결핍까지 치유할 수는 없었나봐요. 잭이 떠난 후, 앨리는 더 이상 펀송이나 부르는 팝스타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가수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가 떠난 자리는 여전히 빈 채로 남아 있죠.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옅어질까요? 과연 우리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잭과 앨리가 함께 부른 노래만큼은 영원히 남아서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부디 그 위로가 당신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