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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범 Nov 27. 2023

사랑, 인간의 약점이자 강점

맷슨 톰린의 <마더/안드로이드>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두 사람은 혼란스럽다. 대학생인 주인공들에게 부모가 된다는 사실은 마냥 기쁜 소식이 아니다. 거기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와 불시에 그들을 덮친다. 갑자기 안드로이드가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고, 도시는 금방 초토화되어 숨을 곳 하나 없는 곳이 되었다. 어찌할 새도 없이 둘은 살기 위해 도망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번영시키고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왔다. 오늘날도 우린 그 영향력 아래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살지만, 발명이 꼭 좋은 결과만을 안겨주진 않는다. 바로 인류를 멸망시킬 만한 치명적인 무기들도 동시에 개발된다는 점. 영화 속 로봇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만든 인공지능이 급기야 인간을 죽이는 존재가 된다. 이미 그들에게 길들여진 인간들은 그저 속수무책을 당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무수한 실패를 자행했지만, 우린 그 바탕으로 이만큼 성장해 왔다. 이제껏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이젠 그 과속의 책임은 인류 멸망일지도 모르겠다.


 안드로이드와의 전쟁 속에서 임산부인 그녀는 자주 불길한 악몽을 꾼다. 엄마가 된다는 두려움은 기계들의 반란처럼 낯선 공포일 것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그들은 서로가 못 미덥고 모든 게 서툴다. 이들의 험난한 피난길은 마치 신혼기의 고군분투와 닮아있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다행히 출산에 성공하지만 미국에는 더는 안전지대란 없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아이를 한국으로 입양 보내고 부부는 희생을 통해 부모가 된다.


 안드로이드의 계략에 남편과 아이를 떠나보낸 그녀는 마지막까지 가족사진을 불태우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는 기약일지라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 여전히 꿈같은 재회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 끝까지 버티며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건 살아간다는 것일지 모른다. 제아무리 로봇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들이 우릴 흉내 낸다 한들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일 거다. 태곳적 본능처럼 우리 안에 존재하며 인류와 그 여정을 함께해 온 사랑. 우리에게 지독한 슬픔과 때론 죽을 만큼의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역시 우릴 살게 하는 건 사랑만 한 게 없다. 그러므로 인류는 또 다시 기적같이 살아남아 일어날 거다. 사랑은 바로 인간의 약점이자 강점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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