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Oct 23. 2017

1인 스타트업으로 살아가기

브랜딩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만드는 사업가 사이

5월 31일에 사업자를 냈는데, 벌써 6개월차에 접어듭니다. 반년이 지나가는 마당에 중간정산 차원에서 글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대박인 사업은 없을 겁니다. 당연히 저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구요. 그런데 정말이지 1인 기업으로 사업을 해나가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영업도 홍보도 회계도 혼자 감당해내야 합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가정에서의 역할은 기본 옵션이구요. 이름도 없고 규모도 없고 딱히 타이틀도 없는 작은 회사로써는 당연한 일일겁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지금까지 해왔던 브랜드디자인 업무를 놓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디자인서비스를 하려면, 내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성공시켜 본 경험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응 가졌습니다. 물론 모든 감독이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듯이, 굳이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팔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할 때마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뭔가 핵심적인게 빠진 기분이 들었어요. 왜 그럴까를 곰곰히 생각할 때마다 나오는 답은 매번 한가지였습니다. '내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시켜 봐야한다' 그게 무엇이 됐든간에 분야에 상관없이 말이죠. 그래야 더 당당하고 자신있게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그것들을 현실화 하기 위한 연구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엄두도 못낼 최첨단 IT사업에 손을 대거나, 소질도 없는 생뚱맞은 분야에 뛰어들지는 않겠죠. 디자이너로서의 장점을 발휘해 더 잘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여러가지로 궁리 중입니다. 머리의 반은 그 쪽으로 쓰고, 반은 원래 해오던 디자인서비스에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렇다고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소홀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디자인'보다 ‘사업’에 중심은 둔 생각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실제 ‘사업’에 도움을 주는 디자인으로요. 그런 디자인에 클라이언트의 반응도 더 흡족해하는 반응을 보며, 지금까지의 디자인 접근방법이 잘못 된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구상하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하루에도 몇번 쌓았다가 다시 허물었다가를 반복하는 중입니다.

아이디어와 기분이 마치 조울증처럼 출렁입니다. 사실 오늘은 뭔가 확실하게 가닥이 잡혀 기분이 좋았는데, 이게 또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빨리 정리가 되어서 실체화된 저의 아이디어와 스타일과 철학이 담긴 제품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조바심이 납니다.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체화한다는 것은 굉장한 디테일과 여러가지 요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더군요. 성급하게 시작해서 될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너무 묵혀서 쉰내가 나면 안되겠죠. 설 익더라도 빨리 프로토타입을 실험해서 잘못된 점을 수정해가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얘길 공개적으로 하는 건, 엄청난 부담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드넓은 광장에서 서서 내가 앞으로 뭘하겠다!고 외치는 느낌이랄까요. 뭔가 엄청난 거창한 것들을 기대하지는 않으실까라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뱉어 놓으면,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겠죠. 저에겐 굉장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뭔가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새기고, 수정되는 기분입니다.


저는 사업을 하면서 항상 '과정을 공유하고, 의미를 나누자’고자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짠하고 나온다기 보다는 과정 속에서, 공감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하나씩 공개할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해가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