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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Dec 23. 2019

담배는 끊어도, 새벽은 못 끊겠어요

씽킹브릭

담배는 끊어도 새벽은  끊겠다는 말을 장난스레 해왔습니다. 실제로 십년 피우던 담배는 끊은지 십년이나 됐는데 새벽은 아직  끊고 있습니다. 딱히 취미랄게 없는 제게 그것마저 끊으면 정말 인생의 낙이 없어질  같아서요.

근데 요새 주말은 자연스럽게 새벽을 보지 못하고 잠들고 맙니다. 미취학 아동 두명과 함께하는 주말이란  뭐라고 표현해야할까요. 하루에도 몇번씩 찾아오는 조울증같다고나 할까요. 행복하지만  피곤하고, 웃음이 나다가도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인생의 희노애락을  번씩 겪어내는 기분입니다.  유별나긴 합니다만, 설마 우리 얘들만 이러는거 아니겠죠? 제가 감정의 기복이 많이 없는 편인  알았는데, 이러는  보면 이제껏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니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십대 저질 체력의 엄마 아빠는 열두시를 넘기기가 힘든  당연한 일이겠죠.

어떤 사람은 하루에  말해야하는 단어의 양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하루에 혼자있어야할 시간의 양이 있는  같습니다. 며칠동안 새벽 시간을 가지지 못한 부작용이었는지 어제 저녁에는  문을 걸고 혼자서 한시간 정도의 충전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나마 조금 나아지더군요. 아내에겐 미안했지만  그러면 다른 방식으로 폭발할  같았거든요. 이런 나를 눈치껏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월요일부터 날씨가 잔뜩 찌푸리고 있네요.
 자고 일어  저는 머리가 맑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알면 조금 서운할 일이지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마음 속으로 정당화합니다.
얘들아 아빠가 항상 말하잖아.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 너희들이 행복하단다. ‘구요.

부디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아내와 함께
새벽을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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