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킹브릭
담배는 끊어도 새벽은 못 끊겠다는 말을 장난스레 해왔습니다. 실제로 십년 피우던 담배는 끊은지 십년이나 됐는데 새벽은 아직 못 끊고 있습니다. 딱히 취미랄게 없는 제게 그것마저 끊으면 정말 인생의 낙이 없어질 것 같아서요.
근데 요새 주말은 자연스럽게 새벽을 보지 못하고 잠들고 맙니다. 미취학 아동 두명과 함께하는 주말이란 참 뭐라고 표현해야할까요. 하루에도 몇번씩 찾아오는 조울증같다고나 할까요. 행복하지만 참 피곤하고, 웃음이 나다가도 급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인생의 희노애락을 몇 번씩 겪어내는 기분입니다. 좀 유별나긴 합니다만, 설마 우리 얘들만 이러는거 아니겠죠? 제가 감정의 기복이 많이 없는 편인 줄 알았는데, 이러는 거 보면 이제껏 내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니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십대 저질 체력의 엄마 아빠는 열두시를 넘기기가 힘든 건 당연한 일이겠죠.
어떤 사람은 하루에 꼭 말해야하는 단어의 양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하루에 혼자있어야할 시간의 양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동안 새벽 시간을 가지지 못한 부작용이었는지 어제 저녁에는 방 문을 걸고 혼자서 한시간 정도의 충전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나마 조금 나아지더군요. 아내에겐 미안했지만 안 그러면 다른 방식으로 폭발할 것 같았거든요. 이런 나를 눈치껏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월요일부터 날씨가 잔뜩 찌푸리고 있네요.
푹 자고 일어 난 저는 머리가 맑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알면 조금 서운할 일이지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발걸음이 참 가볍습니다.
마음 속으로 정당화합니다.
‘ 얘들아 아빠가 항상 말하잖아.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 너희들이 행복하단다. ‘구요.
부디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꼭 아내와 함께
새벽을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