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인데 자꾸 양말이 흘러내립니다.
발목을 잡고 딱 버티고 있어야하는데
몇 걸음가면 풀려서 흘러내리고,
어정쩡하게 허리를 굽혀 다시 올리면
또 스스르 흘러내리고,
참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더군요.
발이 편해야 일이 잘되죠라는
광고 카피는 정말 잘 지은 거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머리에
뿅하고 나타나니까요.
힘없이 흘러내리는 양말을 원망하면서
조금 걷다가 생각했습니다.
이 양말이 언제 산거지?
제 기억에는 5년도 넘게 된일 같네요.
양말 전문 쇼핑몰에서 패턴이 맘에 들어
세개 구입했던 것들 중에 하나였죠.
색상과 디자인도 맘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신었을 때의 적당한 쫀쫀함과
발목에 착 달라 붙는 핏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벌써 5년전이었네요.
여전히 발등은 쫀쫀하게 감싸주지만
발목 위의 탄성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버텨 온 것도 대단합니다.
양말을 탓할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자신의 한계점을 넘어 선 양말을
이렇게 까지 부려먹은 제가
잘못인거죠.
이미 유효기간이 넘은 음식은
당연히 바꿔야합니다.
내구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제품들도
교체를 해야하구요.
겉은 멀쩡하지만 십년 째 입지 않고 있는
옷장의 옷들도 버리는 게 맞죠.
생각해 봅니다.
이미 유효기간을 넘기고도
미련이 남아서 또는 잘 몰라서
붙잡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요.
#씽킹브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