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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y 29. 2020

에버노트를 떠나 보내며

십년간 써왔던 나의 일기장이나 생각 기록장

2010년 봄부터 써왔던 내 일기장이자 생각 기록장이었던 에버노트 구독을 어제부로 끊었습니다. 지금이 2020년이니까 근 십년을 썼네요. 쓰기를 시작할 때가 한참 트위터를 하고 있었고, 아내를 만나 연애할 때 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리를 하면서 보니 그 당시의 불안과 고민들이 보여 잠시 그 때를 회상하게 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정도 힘들 일은 아니었는데, 그 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글줄에서 고단하게 찌든 기분들이 스며 있었습니다.


썼던 글들을 쭈욱 둘러보니 지금봐도 참 좋은 것도 있는 반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는 글들도 보입니다. 뭔가 막 멋진 말을 만들어 낼려는 억지스러움도 보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생각들은 그 때느 지금이나 크게 변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원래 잘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증명되는 것 같기도하고, 십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란 인간은 도대체 별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은 그 때의 생각들을 고처 지금 당장이라도 훨씬 밀도가 차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게 다 십년 동안 에버노트에 싸이월드에 SNS에 메일에 썼왔던 것들이 훈련이 많이 됐나 봅니다. 축척의 힘은 대단합니다. 십년전만 해도 지금 이 정도의 문장을 써 내려면 몇 시간을 끙끙대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의 에너지를 써야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니까요. 아직도 내 생각을 자유자재로 매끄럽게 표현하는 일은 매번 힘들지만 에버노트를 처음 알았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습니다.

술 값 한번 아끼면 된다고 일년에 5만원이란 거액의 노트를 구입했고 그게 십년이 됐으니 50만원짜리 노트를 갖게된건데요. 십년간의 쓰임새를 생각하면 전혀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에버노트의 심벌은 코리끼입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모든 걸 담아낼 수 있는 자이언트하고 공용같은 노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목적에 정말 잘 맞는 노트였습니다.


사소한 것들이 쌓여 대단한 것들을 만들어낸다는 걸 에버노트에서 배웠지만, 십년에 들어 서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들은 있습니다. 모든 기록들이 다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거 무작정 쌓는다고 좋은 게 만들어 지지 않는 다는 겁니다.


가볍지만 확실하고 정확한 것들이 쌓여가야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젠 그 듬직하지만 무거운 에버노트를 저 깊은 저장소에 잠궈두고 스마트폰에 기본 기능인 ‘메모앱’으로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이 것만 써도 내 생각을 표현해내기엔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메모장에는 무작정 쌓아가기 보다는 확실한 생각들, 해결할 만한 생각들을 가볍고 빠르게 차곡 차곡 쌓아갈 생각입니다. 별로 쓸데 없는 낙서같은 생각들은 메모처럼 썼다가 버릴려구요.


이 글 또한 ‘메모앱’으로 쓰고 있어요.

메모장처럼 가볍지만 내 생각을 확실하고 명확한 글,

묵직한 영감과 질문을 던지는 그런 글을 앞으로 더 많이 쓰고 싶습니다.

그런 글을 써 가겠습니다.


#씽킹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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