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Jun 09. 2020

결혼 후에 멈춘 나의 패션시계

어렸을 때부터 입는 것에 꽤나 관심이 많았습니다. 작은 키에 마른 몸매, 잘 생기지 못한 얼굴을 받쳐주기 위해서는 옷이라도 센스있게 잘 입어야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옷이 아니면 딱히 외모적으로 경쟁력이 없었다고 느꼈어요. 주변에 옷 잘 입는 형들이나 친구들을 주위 깊게 살펴보기도 하고, 잡지에서 본 스타일을 따라 입어 보기도 하면서 옷입는 공부를 했습니다. 이색 저색을 배합해가면서 색에 대한 감각을 배우듯이, 옷도 이것 저것 매칭해서 입다보니 어느 정도 괜찮은 배합을 찾을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패션 리더까지는 아니지만 내 몸에 맞게 적당히 입고 다닐 정도는 된 거 같습니다.


한참 멋부릴 때는 잘 입어야겠다는 강박 때문이었는지 잠자기 전날 입을 옷을 미리 셋팅해 놓기도 했어요. 물론 지금도 중요한 날이면 그럴 일이 아주 가끔있긴한데, 결혼하고 아이들까지 생기니 멋부릴 여유도 멋부릴 일도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멋부릴만큼 부지런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옷말고도 관심을 둬야할 곳 너무 많아진 거죠.


그러다 최근 옷장 들여다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정말 내 패션이
십년 전 결혼을 할 때쯤에 딱 머물러 있구나 ’



아차 싶었습니다. 그 동안 전혀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패션인거죠. 결혼 전에는 구입하진 않더라도 주말마다 옷 쇼핑하는 게 취미였던 사람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딱 봐도 십년 전에 산 옷들로 매일 매일 출근하시던 부장 아빠들이 그렇게 보기 안쓰러웠는데, 지금 딱 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는 안돼겠다 싶어서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쇼핑도 하고 옷들도 몇 벌 구입했습니다. 매장을 가보니 트랜드도 참 많이 변했더라구요. 예전엔 딱 몸에 맞는 슬림핏이나 스키니한 핏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좀 헐렁하고 펑퍼짐한 루즈핏들이 많았습니다. 바지가 신발을 덮고 바닥에 질질 끌고다니던 학창시절이 떠오르면서 새삼 유행은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그 주기가 너무 길긴하네요. 그 때가 벌써 이십년이 넘어가니 말이죠.


트랜드에 맞춰 저도 딱 맞는 핏보다 약간 헐렁하고 편안해 보이는 옷들로 골랐습니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또 입으니까 굉장히 편하고 좋았어요. 뭔가 유행을 따라가는 느낌도 들구요. 옷을 입고 거울로 이리저리 내 모습을 비춰 보면서 오랜만에 예전의 기쁨이 되살아나 참 좋았습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은 옷을 잘 입으면 사람이 예뻐 보이고 멋져 보인다는 말도 되지만, 옷을 입은 당사자의 기분도 날개를 달아 준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간만의 쇼핑으로 기분이 한껏 들뜬 주말이었네요.


#씽킹브릭

#결혼전에멈춘나의패션시계

매거진의 이전글 에버노트를 떠나 보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