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은 디자인

by 우현수

디자이너는 자신의 결과물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산의 고통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때론 자신의 영혼까지 갈아 만든 디자인 산출물을 자식에 비유하는 것은 일부분 적절해 보입니다.

못나서 부끄러운 자식도 있고, 나왔다가 금방 사라져 버리는 자식도 있기 마련인데요. 드물게는 승승장구해서 내가 나을 때 썼던 에너지보다, 훨씬 큰 성장으로 보답하는 자식도 있습니다. 그 성장이 디자인때문은 절대 아니지만,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성취감에 나더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 그 자식 중 한명을 십여년이 흘러 만났습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요. 오래동안 보지 못하다가 대성해서 돌아 온 자식을 만난 부모의 기분이 이런걸까요. 십년 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그가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의 2단계 도약을 위해 다시 힘을 보태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십년 전의 내가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고, 다시 더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도 동시에 드네요. 매번 프로젝트마다 이런 긴장감은 디자이너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더 홀가분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소개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씽킹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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