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화
제조업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작은 브랜드 제품을
팔아 보면서 느낀 게 많습니다.
너무 잘 알겠어요.
왜 유통사와 제조사가 있어야하는지를요.
실력있는 전문 제조사가 왜
브랜딩과 마케팅까지 잘 할 수 없는지도요.
결국 시간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시간은 곧 비용이고 에너지죠.
그런데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제조 연구에 힘을 쏟아야할 제조사가 유통에까지 시간을 쓰다보면 제조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유통사가 제조에까지 욕심을 내서 공장까지 짖다보면 유통망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제품 자체인데 공장이 잘 굴러가는지 문제는 없는지 살피는데 시간을 다 써버립니다.
설령 제조와 유통을 다 완벽하게 잘 한다고 해도
브랜딩과 마케팅까지 잘하긴 힘들죠.
그런 모든 능력이 하루 아침에 생기길 바라는 건 정말 과한 욕심입니다. 우수한 제조업체는 그만큼의 제조력을 위해 평생을 받쳐 이만큼 왔습니다. 믿을만한 유통업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만한 유통망을 만들어냈습니다. 실력있는 브랜딩, 마케팅 회사의 서비스도 수많은 사례와 경험치가 쌓여 만들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걸 한번에 다 한다구요?
말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제가 직접 팔아보기 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사실들인데, 이제는 격하게 체감하는 중입니다.
각자가 잘하는 곳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더 완벽하게 잘 해내는 것을요.
몇년 전 도쿄여행을 갔다가 긴자 골목을 헤메다가 백년된 돈까스집을 발견하고 그 100이라는 숫자의 포스에 끌려 망설임 없이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긴 바형태로 둘러싸인 가운데 공간에는 완전하게 개방된 주방이 있었는데요.
머리가 희끗한 주방장이 세분 계셨습니다.
한분은 주문이 들어오면
준비된 고기를 두드리고 잘 펴고 있었구요.
다른 한분은 그 고기를 받아 적당한 두께로
튀김가루를 묻히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주방장의 역할은 튀기는 일만 반복하고 계셨습니다. 튀기는 시간을 체크하는 알람도 없었고 어떤 계량기도 없었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적당한 만큼의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계시더군요. 그런 엄격한 절차와는 다르게 세분의 표정은 너무나 여유롭고 즐거워 보였던 게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완성된 돈까스가 저의 테이블에 놓이고,
바삭하고 촉촉한 상반된 질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코 속으로 는 고소하게 기분 좋은 육향이 함께 퍼졌어요. 씹으면서 앞에 계신 세분의 주방장을 봤습니다. 그 분들의 삶과 철학이 이 돈까스의 맛에 얹혀졌겠구나를 생각하니 경건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그야말로 인생 돈까스라고 하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좋은 제품도 이렇게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혼자서 다 할 수도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하면 할 수 있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오래가지 못 갈겁니다. 비즈니스를 하나의 작품으로 끝낼일은 아니니까요. 각자의 역할이 있고 각자 잘하는 게 있으니 각 단계에서의 최선의 결과물을 모아서 최종으로 다시 모아 완성해내는 게 다 효율적이겠죠.
브랜드에게도 사람에게도 시간은 무한정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각 브랜드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다 보니 내 상황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앞으로 더 집중해 가야할 것들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마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언제라도 좋은 의견과 생각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점심에는 돈까스를 먹어야겠네요.
긴자에서 봤던 백발의 주방장의 얼굴을 떠올리면서요.
#씽킹브릭
#분업화 #선택과집중 #잘하는걸더잘 #긴자돈까스
#각자잘하는걸더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