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대로 이루어지는 마법

번개장터보다 당근마켓이 좋았던 이유

by 우현수

한동안 휴대폰에서 지웠던 당근마켓 앱을 다시 깔았습니다. 이사 준비하면서 쓰지 않거나 짐이 될만한 물건들을 팔아보려구요. 그러다 얼마 전 페북을 통해 처음 당근마켓의 뜻을 알게됐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당근마켓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봤어요. ‘당신 근처의 직거래마켓의 줄임말'이라는 홈페이지의 설명을 읽고 좀 창피한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짐작 하기에는 '뭐든지 어떤 경우에도 당근(당연히)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조금 창피하더군요. 이렇게나 멋진 뜻을 가진 이름이었는데 말이죠.

당근마켓 !
부를수록 너무 귀엽고 재밌는 이름 아닌가 싶어요. 이 회색 빛 도심 마을에서 당근을 돈처럼 거래하는 토끼가 된 기분도 들구요. 한 순간 동화같은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도 줍니다. 비슷한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 나 #헬로우마켓 의 이름에서는 절대 느껴질 수 없는 이미지적 상상력을 줍니다.

번개장터가 사실 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줄곧 1위었지만, 저는 당근마켓 이전에는 헬로우마켓을 주로 사용했었습니다. 이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번개장터를 사용하기 왠지 조금 꺼려지더라구요. 내가 아끼던 물건이 마치 번개처럼 한순간에 사라지는 게 싫었나 봅니다. 참 모순적인입니다. 빨리 팔고는 싶은데, 너무 빠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말이죠.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것은 신상을 사고 파는 것과는 다르게 뭔가 특별합니다. 물건 뿐만이 아니라 감정이 교류하기 마련이죠. 객관적인 사실로는 분명 이미 써서 낡아진 물품으로 볼 수 있지만, 주관적인 시각에서는 내 손 때가 묻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경험까지 누군가에게 넘게는 거니까요. 신제품을 좀 비싸게 샀다면 잠깐 기분이 좋지 않은 반면 중고를 좀 싸게 팔았을 땐 아까움이 생각보다 오래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중고거래의 감성적 측면을 점에서 고려했을 때 당근이라는 이름은 충분히 성공적이라는 생각이듭니다.

개인적으로 당근마켓처럼 시각적 상징성과 이미지적 상상력이 담긴 이름이 좋습니다.

마이크로소트프보다는 애플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
쿠팡보다는 아마존이
그런류의 이름들이겠네요.

위 이름들의 장점은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아도 문자 자체로 그걸 보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어떤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문자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게 아닐까요? 언어를 통해 이미지나 느낌등의 비언어적인 것들까지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위에서 예시한 유명 브랜드의 급은 못되지만, 저희 회사 이름 또한 단단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각적 상징성을 BRIK[브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노래도있지만, 브랜드는 정말 부르는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점에서 브랜드의 출발점이 이름짓기라는 것에 적극 동의합니다. 브랜드를 언어로서 규정하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정신과 가치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당근마켓 !
이름처럼 친근하고 따듯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주는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여러개 올린 중고상품에 당근마을 주민들의 호응이 전혀없어 참 우울한 주말입니다. 이삿날은 다가오는데 말이죠.

#씽킹브릭
#당근마켓
#브랜드네임
#부르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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