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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Oct 16. 2020

신호등에서 만난 아버지와 아들

오늘 아침 출근 .
신호등에  있는데 
앞에 같은 옆모습, 같은 키에
같은 걸음 걸이의 부자를 만났습니다.

 다르다면
아빠는 카멜색 골덴마이를 
손의 절반까지 내려오게 입으시고
검은  정장를 입으셨고
조금 낡아 보이는 갈색 가죽 가방들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붉은 빛이 나는
진한갈색 점퍼를 몸에  맞게 걸치고
발목이 살짝 보이는 슬렉스를 입었습니다.
검정색 도트백을 어깨에 걸쳤는데
조금 까불거리는 몸동작이 
왠지 직장 2,3년차 대리님 같았어요.

엄마와 딸이 그렇게 
나란히 있는 모습은 자주 봤는데
아빠와 아들이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정말 처음이라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신호가 바뀌고 저는 따릉이를 타고
 부자 옆을  지나갔는데
 아버지의 진한 스킨향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습니다.
 순간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어렸을 때는 아버지와는 어떻게든 
다르고 싶어서 하루 빨리 품을 벗어나
그걸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었던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도
아버지와 나를 동일 시하는 감정이
 커졌습니다.  
지금  나이의  때의 아버지도 
나와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시절을 보내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어렸을  그렇게나 다르고 싶었는데
결국 나도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아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젠 뭔가 어른이라기보다는
친구나 동지처럼 느껴지는  같습니다.

아침에 봤던  부자를 떠올리며
아버지께 전화나 드려야겠습니다.

#매거진브랜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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