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게 나오기 위한, 어려운 과정
‘그래, 말이 된다.’
예전 직장 대표님이신 '호돌이 아빠' 김현 선생님께서
정말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그 말씀을 들을때마다 가슴에 콕콕 박혔었다. 정말 크게 들렸다. 그 때의 나는 정말이지 '말이 잘 안되는' 삽질 디자인을 한참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디자인'이란 누구나 공감이 가고 쉽게 이해하는 디자인이다. 보면 바로 이해 가능한 쉬운 디자인. 의도를 금방 눈치챌 수 있는 디자인. 몇마디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어쩌면 디자인이란 장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과정이고 수단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 본래의 목적을 '말이 된다'라는 한마디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각 디자인을 비주얼 커뮤니이션이라고 번역하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디자인은 소통의 도구, 말이 도구인 거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고 해서 수준이 낮은 디자인은 아니다. 예전의 나는 난해하고 해독의 여지를 남겨 둔 디자인이 더 좋고 수준 높은 디자인이라고 오해했다. 디자인에도 작가적 감성이 들어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런 디자인만 한다는 지적도 꽤 많이 받았었다. 너무 많고 어려운 생각을 한꺼번에 다 담을려고 욕심도 부렸다. 결과적으로 '말을 잘 못 알아 듣겠는' 어렵고 심오해 보이는 디자인을 한참 생산해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래, 말이 되는 디자인'을 해야해라고 생각했지만 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건 시간이 한참 지나고 독립을 한 이후였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려면 일단은 기본적으로 '말이 돼야'한다. 제안한 기획이나 디자인이 이해하기 쉬워야한다. 그럴러면 그들과 말이 통해야 한다. 당연히 그들의 언어를 알아야한다. 그러기 위해 더욱 심도있게 관련 산업과 시장에 대해 공부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됐다. 디자인 중심의 관점에거 산업과 시장의 중심으로 옮겨갔고 그들과 소통도 더 수월해졌다. 디자이너로써의 욕심을 부릴 수 있는 개성이나 감성, 특별하게 숨은 코드등은 '말이 되는' 상황이 받아들여지면 그 이후에 충분히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디자인 프로젝트는 그 어떤 것도 쉽고 만만한 게 없다. 당연히 시작하자마자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꽉 차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한쪽 생각으로 완전히 치우쳐 다른 쪽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때도 많다.
그럴 때면 속으로 생각한다. 일단 '말이 되게 하자’고. 어떻게 말이 되게 할까? 디자인의 수요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어야 할까?라고 질문해 본다. 그러면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자연스럽게 어렵고 폼나게 디자인하려는 욕심을 내려 놓고, 쉽고 재밌고 이해하기 좋은 디자인의 방법을 찾게된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 되는 디자인을 위해' 오늘도 정말 '말도 안되게' 다양한 생각과 탐색과 실행을 해야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디자인의 수요자들에게 말을 걸 자격을 얻을 수 있고, 그 결과 '말이 되는 디자인'을 해낼 수 있다.
| 매거진브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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