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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y 03. 2021

배우고 쓰고, 다시 쓰면서 배우고

나의 브랜드 공부법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이 일을 오래하려면 ‘브랜드’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야하고, ‘디자인’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도 어려운데 둘 다 잘하려면 정말 만만한 일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디자인’은 그래도 선배들이나 동료들 어깨 넘어로 보고 배우기도하고, 이것 저것 해보고 깨지고 부딪치고 좌절하면서 조금씩 늘어갔었던 거 같은데, ‘브랜드’는 정식 교육 기관이나 강의가 아니면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작정하고 배우려면 시간도 비용도 너무 많이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책’이라는 선생이었다. 가장 가깝고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배움을 주는 분이셨다. 그렇게 30대가 넘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 10, 20대 때는 잘 안하던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브랜드 공부를 시작하면서 최소한 이 분야의 구루들이 쓴 책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랜드 이론의 대가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아커, 케빈 레인켈러, 장노엘 케퍼러, 톰 피터슨이 쓴 벽돌만한 책들을 먼저 격파하겠다고 덤벼 들었다. 하지만 내 머리만 깨지고 아플뿐 아니라, 그 책장만 넘기면 잠이 쏟아지는 마법같은 책들이었다. 잠 잘 때 베개로라도 쓰면 책 속의 내용들이 내 머리 속으로 옮겨질 거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취침 전 독서를 하기도 했다.


결국 그 책들을 다 읽진 못하고 서재의 전시품이 됐지만, 그런 책을 샀다는 것만으로도, 내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쓴 책도 읽어봤다라는 자부심으로 ‘브랜드’라는 단어와의 거리감을 없앨 수 있는 건 큰 수확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책 제목에 ‘브랜드, 브랜딩’이 들어가면 무조건 사두고 보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브랜드 관련책들을 보면 근본적인 개념은 다 비슷한데, 그걸 어떻게 배열하고, 어떻게 자기 방식으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도 과연 이 새로운 책은 어떻게 풀어낼까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3년차 디자이너일 때는 사내에서 스터디파크(회사 이름이 디자인파크)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2년 정도 활동했다. 비록 나 포함 두명 뿐이었지만, 틈틈히 책을 읽고 내용을 나누며, 브랜드에 대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뭔가를 배운다는 게 그렇게 즐겁고 보람된다는 걸 가장 크게 느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읽은 책의 후기가 쓰여진 그 때의 노트에 그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학생 때 공부를 이렇게 집중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과 후회가 생길 정도였다. 스스로 느끼고 찾아서 배우는 기쁨과 독서의 중요성을 알게 된 시기였다.


그런데 이런 자발적인 배움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 건 십년도 더 지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브랜드 기획서를 쓰다가, 디자인을 하다가, 브랜드 관련 미팅을 하다가, 브랜드 관련 글을 SNS에 쓰다가 그 동안 배운 것들이 머리 속에 툭툭 튀어 올라 올 때 그걸 느낀다. 사실 배움이란 게 그저 배움 그 자체로 끝나버리면 소용없는 일이다. 배운 걸 써먹을 수 있어야 의미가 있고 보람이 생긴다. 배운 걸 잘 써먹을 수 있을 때만큼 또 짜릿한 경험이 또 있을까. 


사실 십년 전의 배움이 내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금까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외워서 배운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찾고 이해해서 배운 것들이라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머리 속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내재화된 상태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그 안에서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던 다른 지식들과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로 출력이 됐다. 이 과정을 겪어보니 배우길 참 잘했고 배움들을 써 먹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브랜드에 대해,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언젠가는 써먹어야지 하고 작정하고 배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체득되고 쌓이는 배움들은 반드시 쓰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배우고 쓴다. 쓰면서 또 다시 배운다.


| 매거진 브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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