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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an 14. 2022

타고나는 재능, 갈고 닦은 재능

며칠 전 라디오스타에 나온 개그맨 김대희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원래 알고 있던 그의 인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표정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얼굴을 성형한 것도 아닌데,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개콘의 창립멤버로 시작해 개콘이 막을 내릴 때까지 20년을 함께한 개그맨 김대희. 내 기억 속에 김대희는 우낀 김준호 옆에 붙어 있는 안우낀 개그맨이었다. 좋은 희극을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는 모습은 좋아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별로 안우낀 모습이 무척이나 짠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우끼는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우끼려고 애쓰는 사람. 그러니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라디오스타에서 본 그의 모습은 한결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뭐가 달라진 걸까?


궁금해서 유투브 '꼰대희'를 찾아봤다. 6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성공적인 채널이 됐다. 3-4편의 봤는데 재밌다. 이전에는 김대희를 보고 단한번도 웃어 본적이 없었는데 몇 번이나 웃었다. 심지어 재밌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스스로 안 우끼는 개그맨이라는 걸 인정하는 모습, 그런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 우끼지 않는 개그맨으로 살아온 20년의 세월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는 듯 능청스럽고 당당한 모습에 멋있었다. 그 동안의 인생 스토리때문이지 억지스럽지않곺마음에 더 다가온다. 이런 느낌을 유투브 구독자들도 느끼는 걸까. 성공하는 유투브 제표라도 해도 무방할 댓글들의 반응이 좋다. 칭찬 일색이다.


재능이란 과연 뭘까? 예전에는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날 때부터 들고 나온 거라 생각했다. 별로 애쓰지 않아도 훨훨 날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시샘이 나기도했다. 그런데 지금은 좀 생각이 다르다.


재능은 계속할 수 있는거다. 지속 가능한 어떤 것이다. 계속하는 게 죽을만큼 힘든 일이었다면 20년까진 버티지 못했을테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남들이 인정해줘야만 꼭 재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인정하는 게 오히려 더 큰 재능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종종 주변사람들이 괴롭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재능은 대부분 타고난다. 하지만 갈고 닦은 재능도 분명히 있다. 타고나든 아니든 만족하지 않고 갈고 닦는다면 언젠가는 재능으로 불릴만한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재능은 타고나서 바꿀 수 없는 게 아니라, 타고나지 않았게 때문에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김대희는 이미 그걸 20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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