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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Apr 11. 2022

더 단순해지기

[1인 디자인 회사 생존기]

잘 아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한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고 명확하게 말한다. 일 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단순하고 쉽게 일한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간결하게 정의 내린다. 복잡한 과정을 거칠지는 몰라도 완성된 결과를 보면 단순 명확하다. 그 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넓게 보고 이해해야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디자인도 대개 단순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보면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장치와 도구가 쓰였더라도 결국 하나의 단순한 원리와 질서로 잘 정리되어 있다. 좋은 문장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게 꼬지 않는다. 대놓고 숨김이 없다. 짧고 단순한 호흡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읽히는 속도도 빠르고 긴장감이 있다.


좋은 생각도 단순해야 나온다. 복잡하게 겉돌지 않고 본질에 집중한다.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주변의 것들과 섞이지 않는다. 좋은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복잡한 관계는 잘못된 관계의 다른 말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단순해야 한다. 복잡하게 머리 굴리지 않고 단순한 몇 가지 생각으로 만나고 교류해야 관계가 오래간다. 이런저런 상황을 따져가면서 복잡한 생각으로 만나는 관계의 유효기간은 짧다.


이렇게 단순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내 일상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만드는 최고의 도구였다.


일상에서도 그렇지만 일에 있어서도 이 단순함의 가치는 지나칠 수 없이 매번 마주해야 하는 과제다. 특히 나처럼 혼자서 일하는 1인 회사의 경우는 그 어떤 회사보다 이런 단순함이 습관화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실현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여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의 개념이나 범위가 단순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너무 복잡한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하면 안 된다. 단 몇마디만 들어도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해나갈지에 대해 핵심적인 것들을 금방 알 수 있어야 한다.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 다른 회사와는 어떻게든 달리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디어 컴퍼니라는 태그라인을 항상 붙여 사용해왔다. 새로워는 보일지는 모르지만 아이디어라는 개념이 워낙 넓다보니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한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겠다는 염려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이름인 BRIK아니라, Idea Company라고  잘못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어떤 아이디어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Branding Idea Builder라는 새로운 태그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글자 수는 많아졌지만, 품은 뜻은 더 좁아지고 단순해졌다. 아이디어 앞 Branding이라는 수식을 통해 업무의 범위를 한정했고, 뒤에 ‘Builder'라는 정체성을 붙였다. 너무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을 담지 않고 단순하게 접근한 태그라인이다.


함께하는 인력이나 파트너와의 관계도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처음에 여러 명의 파트너들과 협업했던 경험치가 쌓이면서 어떤 파트너가 나와 가장 잘 맞는지 내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 협업 초기 복잡한 외주 관계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던 업무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전 보다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방향성을 단순 명확히 한 성과였다. 대부분의 파트너들과 온라인으로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상황에서 애매하지 않고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더 확실하게 프로젝트의 목표를 공유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단순하고 정확하게 소통하려고 해도 쉽지 않기 때문에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선의 단순함으로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걸 매번 느끼고 있다. 단순하게 요구하고 확실한 답을 얻을 수 관계가 협업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상품과 서비스도 단순해야 시장에서 통한다. 외부적으로는 단순한 기능과 메시지로 상품이 더 고객의 마음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한다. 더욱 강력하고 매력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더 단순해져야한다. 내부적으로도 서비스 과정과 제조의 공정도 단순화하고 단축해야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렇듯 단순함은 사업에 있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치의 퍼포먼스를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단출하게 시작해야하는 1인 기업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가치다.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더 단순해야 한다. 단순 무식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요소든 최소한으로 최대한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해 나가야 한다. 간략화하고 단축하는 방법의 노하우가 단숨에 단순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한다.


점점 복잡성이 증가해가는 세상이다. 어디 하나 단순한 문제가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단순함을 유지하고 통제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반대로 단순함의 힘은 더욱 커지지 않을까. 삶을 유지해 가는 큰 미덕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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