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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un 23. 2022

디자인 설명문 잘 쓰는 법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한 디자인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말로 설명하는 건 그래도 할만한데, 글로 써서 설명하려면 더 어려워진다. 말을 들어보면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했는지를 분명히 알겠는데, 그 걸 글로 써 놓으니 전혀 다른 뜻이 될 경우도 많다. 느낌을 갖고 디자인을 구상하고 그려내는 건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걸 논리적인 글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둘은 어쩌면 전혀 다른 영역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나 또한 디자인을 시작할 때부터 고민하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럴 때면 정말이지 디자인하는 머리글을 쓰는 머리전혀 별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입 디자이너 시절 내가 디자인한 브랜드 로고의 설명문을 쓰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고쳤던 기억이 난다. 단 3줄 정도였는데 그 걸 쓰는 일이 왜 그리 어려웠는지. 그 것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디자인은 몇 분만에 금방 해 놓고 그 걸 설명하는 글을 쓰는 데는 몇 시간을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디자인 설명문이라는 게 특히 로고 디자인 설명문을 쓰는 일은 그 어떤 글쓰기보다 수준있고 어렵다는 얘기를 기사를 통해 보게 되면서 절망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던 것 같다. 어느 광고대행사 중역이었던 그 분의 주장은 대략 이랬다. ‘ 로고는 브랜드가 가진 의미와 가치를 함축해 놓은 건데, 그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안 설명이 짧으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형식은 시같은데, 내용은 설명문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짧으면서도 힘있고 말하고 싶은 내용도 정확히 담은 서너줄의 문장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 회사 카피라이터들은 로고 디자인 설명문을 쓰게 하면서 글쓰기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정도의 내용으로 기억한다. 이 기사를 읽고 그래도 위안이 되고 힘이 났다. 이 디자인 설명 쓰기가 어려운 게 정상이고, 나만 못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게 처음 몇번 배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계속되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노하우를 쌓는 수 밖에 없다다. 그래도 몇가지 더 쉽게 쓸 수 있게된 방법을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번째는 어떻게든 디자이너 개인의 관점과 의도를 반드어본다. 디자이너 본인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생각으로 디자인 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 읽고 듣는 사람의 공감력이  올라간다. 어디에서 보거나 누가 시켜서   아니라 디자이너 독자적인 생각으로 했다고 하니 디자인 결과물도 훨씬 매력있게 다가온다. 아주 사소한 또는 아주 개인적인 출발점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디자이너의 독자적인 의도와 생각이 정확히 들어간 이야기라는  중요하다.


사실 이 첫 번째 의도만 글로 잘 표현만 해도 충분히 좋은 안설명이다. 하지만 그 게 어렵다면 두번째 방법을 사용해보자. 두번째는 4문장 정도를 채운다고 생각했을 때 전체 설명문의 뼈대를 만드는 거다.


1 문장에는 브랜드의 배경이나 출발점에 대해서 쓴다. 리뉴얼이라면 리뉴얼의 이유경쟁 상황을 써도 무방하다. 프로젝트의 백그라운드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한다. 2, 3문장왜 이렇게 디자인을 해야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쓴다. 그에따른 디자인 표현 소재나, 형태와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좋겠다. 왜 이런 모티프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4문장에서는 이렇게 디자인을 했을 때의 장점을 쓴다. 또는 활용했을 때의 효과와 고객들의 예상 반응을 쓴다.


이렇게 1번을 도입부로 2,3번을 구체적 의도와 설명으로 4번을 마무리로 전체 틀을 머리에 담고 쓰면 디자인을 설명하기도 쉽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게 읽힌다. 논리적인 전개로 느껴져 디자인 결과물에 신뢰감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위의 원칙에 백프로 맞는 형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디자인 설명문은 CFCBTS [ Map of the Soul : Persona ]의 앨범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다. 이 짧은 안 설명을 읽으면서 이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디자이너의 깊은 고민과 생각, 과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슴 뛰는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Persona 앨범은 Love yourself를 이야기한 세계적인 그룹, BTS의 새로운 여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ersona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세상에 대한 관심, 그들과 함께 알아가는 작고 소박한 사랑의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앨범 아이덴티티, 컬러 및 그래픽에서 지기구조까지 많은 고민이 담긴 작업입니다.
앨범 디자인은 Map을 은유하는 가변적 그리드 위에 Persona의 그래픽이 펼쳐지는 형태입니다. 사랑의 기쁨과 즐거움, 설렘을 담아내고자 리듬감 있는 형태의 하트를 유려한 선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드 위에서 하트를 그리며 자유롭게 유영하는 선은 지도 위에 펼쳐지는 사랑의 궤적을 은유합니다. 앨범의 상단 중앙에 위치한 Persona의 워드마크에는 사랑의 무드로 일렁이는 감정을 담았습니다. 이번 앨범의 메인 컬러로 선택한 핑크는 각 버전에서 4개의 톤으로 변주되며, 앨범을 펼쳤을 때 드러나는 라이트블루와 함께 앨범의 감성을 전합니다.'
앨범 커버를 열었을 때 우측에 꽂혀있는 북클릿은 앨범과 분리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해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북클릿 내지의 그리드는 앨범 표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앨범의 통일된 아이덴티티를 전달합니다.’


디자인 결과물도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있는 건 디자인 의도와 이유를 설명한 위의 문장들이었다.


사실 이렇게 디자인 설명을 위한 글쓰기의 어려움은 회사에 속한 디자이너라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도움을 주는 대상이 동료가, 기획자가 될수도 있다. 오히려 처음 기획했던 내용과의 핏을 맞추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기획자가 참여해 디자인 안 설명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기획자들도 디자이너들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글은 잘 쓸 수는 있겠는데, 그 걸 표현해낸 감각적 포인트를 디자이너만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에게 최대한 자세히 듣는다고 해서 그 감각을 언어로 소통하고 표현까지 해내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어찌됐든 독립을 해서 혼자 일하게 된 디자이너에게는 글쓰기의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제는 디자인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들, 그 걸 설명하는 글까지 온전히 혼자 몫이다. 그 것 때문에 외주로 넘기기도 그렇고, 기획자 채용하는 건 더 말이 안된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가야할 문제다.


나 또한 그 어려운 산을 아직도 완벽하게 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면 앞 서 말한 두가지 방법예시를 다시 한번 뜯어 보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설명하는 글쓰기 실력이 늘어가려면 일단 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많은 양을 쓰다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쌓이고, 전달에 효과적인 자신만의 글 형식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중요한 게 있다. 처음 디자인을 기획하고 구상할 때부터, 마지막에 디자인 설명문을 쓴다고 상상하면서 디자인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했던 생각이 실제 디자인으로 구현되고 완성까지 이어진다면, 그 전까지는 정말 꾸역꾸역 채워 넣던 디자인 설명도 술술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마법을 경험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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