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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y 10. 2022

상징, 은유, 함축이 있는 브랜드의 힘


추상화된 상징물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 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보고 어떤 걸 형상화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십자가만 봐도 기독교의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나이키의 상징을 보고는 승리에 대한 열망과 도전 정신을 느끼는 동시의 스포츠 현장의 한 장면이 떠올리기도 합니다. 액면으로 보이는 그대로의 십자의 형상, 스워시의 모양 그대로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브랜드의 이상적인 모습들까지 보게 만듭니다.


이런 현상이 어쩌면 브랜딩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면서도, 브랜딩을 하기가 정말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이는 것 이면의 모습들까지 스스로 상상하게하는 상징을 그려내야 하니까요. 보이는 것 그대로만 정직하고 뻔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에센스를 상징과 은유를 통해 함축해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브랜딩 방식이 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추상성 강한 상징물을 잘 구축한 브랜드가 매력적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상징, 은유, 함축. 저는 이 세 단어를 하나 하나 뜯어보면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좀 더 수준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세가지 요소들이 브랜딩에 있어 중요할까요?


상징, 은유, 함축은 효율적입니다. 소설보다 시처럼 다가옵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많은 메시지와 이미지가 한꺼번에 압축되어 다가옵니다. 언어로 설명이 불가능한 복잡한 심상과 의미들을 느끼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설책 한권이나 논문 한편이어야 될 내용이 상징, 은유, 함축을 만나면 단 몇 장의 분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상징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들어와 공명을 일으킵니다. 십자가라는 상징은 마음 속에 한 번 들어오면 종교적인 여러가지 개념과 의미들이 마음 속에서 공명을 일으키죠. 원래 있던 의미가 더 커지기도 하고 확대대기도 합니다. 수용자에 의해 조정됩니다. 예수와 믿음과 사랑과 평화 등 한가지 이상의 의미뿐 아니라,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어느 언덕의 풍경과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눈물까지 연상하게 합니다. 저처럼 종교가 없는 사람조차도 십자가의 상징은 그만큼 강력하죠.


나이키도 스워시 상징도 마찬가지죠. 그 마크가 달린 신발을 신으면 옷을 입으면 내가 운동을 엄청 잘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죠. 그 마크 하나가 그런 긴 이야기를 담고 잇는 겁니다. 이걸 마크가 아니라 이런 내용의 텍스트라고 해보죠. 그것도 물론 내용은 같지만 상징화된 전달력을 가지지 못하죠. 함축적이지 못하고 설명적입니다. 


벤츠의 삼각 트라이앵글 마크만 봐도 벤츠라는 브랜드가 가진 성격과 제품의 특징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오래 전에 내 머리 속에 마크의 씨앗이 자라 벤츠라는 브랜드의 여러가지 모습이 피어나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브랜드에 있어 상징이란 어떤 느낌과 심상을 일으키는 씨앗같은 겁니다. 이 상징적 씨앗들을 바라보기만해도 우리 마음 속에서 툭하고 뚫고 올라와 줄기와 잎이 자라고 꽃피고 열매를 맺죠. 상징의 씨앗 하나가 브랜드의 우주를 만들고 느끼게 합니다.


그러므로 브랜드 상징물을 만들어 낸다는 건 어쩌면 브랜드의 세계, 생태계를 만드는 씨앗을 그려내는 일입니다. 세계 자체가 아니라, 그 세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징화되고 은유적이며 함축된 의미의 씨앗을 고객들의 머리 속에 심는 일입니다. 심어진 씨앗이 스스로 자라나 꽃 피게 하는 일입니다. 물론 각자 피워낸 세계의 모습은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브랜드가 한계 지어 놓은 세계가 아니라 상상으로 만들어낸 세계입니다. 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각자의 꽃을 피우고 약간의 다른 맛들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최근 읽었던 <생각의 해부>라는 책에 아주 재밌는 개념을 보고 머리 속이 활짝 열릴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마치 태양열을 받아 에너지를 얻어 성장하는 나무와 같타고 합니다. 그 에너지와 시간의 흔적은 나이테를 남깁니다. 사람의 뇌에 있는 수억개의 뉴런들 또한 외부의 자극에 의해 뇌의 외질 표면에 마치 나이테처럼 정보와 흔적을 남긴다고 합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경험들이 우리의 뇌에 마치 나무테처럼 쌓여간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강력한 상징을 가진 브랜드의 상징물들도 마치 태양처럼 고객 인식 속에 인상적인 경험의 테를 남길 것입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흔적과 기억들을 남길 것입니다.


상징, 은유, 함축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의 씨앗은 자라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룰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 브랜드 어떤 상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이 그리고 있는 브랜드 세계를 잘 그려낼 만한 씨앗입니까? 씨앗만 보고도 고객들이 숲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 여지가 있는 상징과 은유가 가득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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