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딩은 대화다 ]
다른 사람보다는 나 자신과 대화 할 때가 가장 많다. 원래 그 걸 즐기는 편인데 혼자 일하면서 그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난 느낌이다. 그만큼 누구와 대화하거나 상의하기 보다는 스스로 검증하고 문답을 해야할 상황이 많아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이 아니라도 개인적인 호감에 의해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져 대화할 기회가 간혹 있다. 그럴때면 서로의 눈을 보고 표정을 느끼면서 하는 대화가 진정한 대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의 목소리의 톤과 감정선을 느끼면서 하는 대화가 훨씬 이해하기도 공감도 잘 됐다. 최근 2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이런 대화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건지 더 절실해졌다.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대화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말하다 보며 어느새 두세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해와 서운함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도, 내 의견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도 대화다. 대화로 풀면 인간관계에 있어 풀지 못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정도가 아니라, 내 앞 길에 천개의 빛이 내릴 수 있는 일이 '대화 잘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꼬인 관계를 개선하려면 이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법을 계속 훈련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연인이나 배우자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생각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사람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대화가 잘 되고 즐거우려면 일단 일방적이면 곤란하다. 그건 대화가 아니라 지시나 훈계 가르침이다. 좋은 대화는 왔다갔다 주고 받는 말이 있어야한다. 그러면서도 흐름이 툭툭 끊김이 없어야 한다. 말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하면서 랠리가 계속될 수 있게 살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화에 긴장감이 생기고 재미도 생긴다.
이런 과정의 핵심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아닐까 한다. 내 얘기만 늘어 놓는 게 아니라 내 의견만 강하게 주장할 게 아니라, 상대의 얘기도 들어주고 의견도 받아 들여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조건이 상호간에 이뤄질 확률은 많지 않다.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고 물흐르듯하는 좋은 대화는 하고 나면 머리 속에 꼬여있던 실마리가 풀린 것 같은 해방감이 들 때도 있다. 내 얘길 하면서 내 꼬인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말했는데 상대방에서 그 걸 보완해주거나 뛰어넘을 만한 더 좋은 의견까지 준다면 더할 나위없이 완벽한 대화일 것이다.
대화에 대해 생각하면서 브랜딩을 해나가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브랜딩의 출발은 브랜드 스스로와의 대화로 시작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한다.
그런 후에는 고객과의 대화를 시도해야한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야합니까? 우리는 당신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까? 우리는 당신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합니까? 등등의 질문을 하고 귀를 활짝 열고 들어야 한다. 아마 우리의 브랜드를 고객들이 애정한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애정이 담겨 전해질 것이다. 반대로 무시하거나 공격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면 브랜드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 속에서는 그게 말로 표현되지만,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서는 그게 댓글로도 조회수도로 매출로도 표현될 것이다.
결국 고객과 대화가 잘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해야할 건 명확해 보인다. 고객들이 대화하고 싶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그럴려면 일단 마음을 열고 터 놓고 자기 얘기를 꺼 내놓을 수 있는 신뢰감이 있어야한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공감해줘야한다. 일방적으로 내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오고가는 메시지와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서로간의 긍정적인 경험이 생겨야 지속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건 숙명이다. 만일 대화가 툭툭 끊기거나 할말이 없다고 한다면 둘의 관계를 의심해야한다. 부드러운 대화가 되지 않는 이유가 어떤건지 점검해봐야한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브랜드는 좋은 청자의 입장이 되는 게 더 좋다. 고객이라는 화자의 입을 항상 주시해야한다.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어떻게하면 더 좋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해야한다. 좋은 대화자가 될 수 있어야 고객에게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