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고,
어떤 일을 할 때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저는 이 말을 ‘다 마음이 하는 일이라’ 고 바꿔 말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람’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기 보다는, ‘사람의 마음’으로 콕 짚어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냥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하면 막연했는데, '사람의 마음이 하는 일'이라고 하니 더 구체적인 그림이 떠오릅니다. 주체가 '사람'에서 '마음'으로 변하니 말의 뜻이 더 풍부해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마음이 없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 사람의 모든 일이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내 마음과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가고, 마음을 얻기 여정이 어쩌면 우리 인생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 일은 단순히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 차원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을 할수록 그 생각은 점점 커졌습니다. 기업의 경영과 마케팅을 이해해야 거기에 맞는 정확한 디자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경영과 마케팅, 브랜딩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기 시작한 때가 그 시점에서 였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 결국 이 모든 학문과 이론들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고 움직이기 위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해서 발견한 책이 제럴드 잘트먼의 ‘How Customers Think’이었습니다. 소비자 심리 관련 책은 처음이라 읽기도 전에 겁이나더군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너무 잘 읽혔습니다. '소비자'라는 글자만 빼면 그냥 인간의 심리에 대한 통찰을 주는 교양서였습니다. 저는 그 내용들 중에서도 ‘마음 시장’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참 쉬운 말인데 이 말안에는 내가 그 동안 품었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리는 듯 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의 저의 관점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장의 '외부 시장'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의 관점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소비자들의 '내부 시장'을 중심으로하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시장의 작동원리가 실은 소비자들의 마음 기저에 있는 시장 위에서 선행되고 있다는 이 개념은 정말 쉬우면서도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비즈니스도 마케팅도 홍보도 브랜딩도 디자인도 다 사람들의 '마음 시장'을 얻기 위한 활동입니다. 여러가지 상품과 브랜드들이 진열되어 있는 ‘시장’이 아니라, 결국 사람들 마음 안에 있는 욕구와 필요들의 ‘시장’에서 펼쳐지는 행위가 비즈니스라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결국 기업과 브랜드들이 하는 활동도 이 마음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들인 거구요.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이 마음 시장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마음 시장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 일의 출발은 당연히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일겁니다. 그들이 가진 마음의 자세와 변화, 마음가짐을 파악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독심술을 쓰는 심령술사가 아닌 바에는 말이죠. 각종 설문의 방법도 있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많죠. 사람들은 사실 우리가 하는 질문을 품고 살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꾸 꾸며대고 근사한 대답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정성적이든 정량적이든 모든 설문조사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저는 그걸 보완할만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결국은 간단했습니다. 직접 말로 듣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선택을 분석하는 거였습니다. 이건 어떤 의도에 의한 질문이나 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본심을 가릴 필요가 없겠죠. 잘만 분석해낸다면 어떤 설문조사보다 훨씬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가 가진 저 깊은 곳의 욕망을 읽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의 외면을 보고 내면을 짐작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한 말, 쓴 글, 구매한 상품, 시간의 활용 등에 대해 파악하는 겁니다. 특히난 비슷한 조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모아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면 좀 더 확실한 답이 보입니다. 그 사람의 현재의 이 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그 사람의 주변에 정말 많은 힌트들이 널려 있습니다.
가령 그 사람이 페이스북 사용량이 많은지 인스타그램 사용량이 많은지에 따라 연령이나 지위, 선호하는 감각을 알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다운로드하는 가격이 다르지도 않고, 소셜미디어의 특성인 관계맺기라는 조건도 다르지 않으니까요. 스포츠 브랜드도 나이키를 좋아하는지 뉴밸런스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 시장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가격의 운동화이고 목적도 같은데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는 심리가 있겠죠.
특히 같은 조건의 고가 상품 구입 성향을 보면 더더욱 그 사람의 심리를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차량 구매가 대표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라인업의 모델인데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고 시장에서 소수의 선택을 받는 차 브랜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시장'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페이스북 VS 인스타그램, 나이키 VS 뉴밸런스, 같은 가격대의 인기 차 브랜드 VS 소수 선택의 차 브랜드 등의 비교 이 외에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결과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구매 고객들의 마음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지도가 있다면 기업이 원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한 활동의 전략들도 더 쉽게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활동을 해야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계획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모든 활동들이 '다 마음이 하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모든 비즈니스의 접근법 또한 '어떻게 고객의 마음에 다가갈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객에서 자연스럽게 다가가 마음을 얻는 일이 결국 비즈니스 활동의 핵심이니까요. 그러므로 비즈니스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공부보다 마음 시장에 대한 공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위와같은 콘텐츠를 1-2주에 한번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