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성’을 축조하는 일. 감각, 감성 그리고 브랜딩
비즈니스에서 이성과 논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숫자로 보여지지 못하는 사업적 성과는 소용 없다고도 합니다. 합당한 이유와 탄탄한 근거가 있어야만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이러한 이성, 논리, 숫자, 이유, 근거만 잘 갖췄다고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소비자들이 꼭 필요로 했던 ‘감각’을 충족시켜주거나, 몰랐던 ‘감성’을 일깨워주는 브랜드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알아서 소문 내주고 자발적으로 홍보도 해주기도 하구요. 결국 이들 브랜드는 숫자가 닿지 못한 사람들의 감성을 터치하는 데 성공한 브랜드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 구축을 시작할 때는 고객들에게 최종적으로 닿을 감각을 염두해 두고 논리와 근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논리와 근거는 브랜드의 이성적 뿌리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 게 감각의 꽃으로 피어 고객을 유혹하지 못하거나 다가가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감각과 감성으로만 범벅이된 느끼한 브랜드를 만들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브랜드는 당연히 품질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성적인 논리, 감성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브랜드니까요.
하지만 최근 브랜딩의 경향을 살펴보면 브랜드가 가진 ‘감성과 감각’의 요인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듯합니다.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하구요. 사람들은 점점 더 품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는 브랜드가 가진 분위기와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현상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매체 환경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 홍보와 광고의 주 매체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현상입니다. 온라인이 주가 되면서 사람들은 이미지 중심의 브랜드 체험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죠. 브랜드를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가진 느낌을 온라인 상에서 이미지화할 때의 모습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인스타 감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라인 감성의 영향략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구요.
하나의 장면에도 좀 더 확실하게 우리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사진 한장에도 영상 하나에도 색상 하나에도 그 브랜드의 감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게 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오프라인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야말로 온라인의 감성 브랜딩 전성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성 브랜딩은 시작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감성 브랜딩의 출발은 우선 고객이 느끼는 각도를 정확히 재는 일부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가진 각의 경사가 15도 정도로 완만한지, 50도 이상으로 예민한지, 90도로 급경사와 같은지에 따라 브랜드 전략이 달라져야 합니다.
가령 감각의 민감도가 매우 낮은 일상 용품인 치약과 개인의 기호가 많이 반영되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감각은 매우 다를 겁니다. 치약을 살 때 느끼는 민감도의 기울기가 15도라면, 화장품은 70도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치약을 살 때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요소들이 화장품을 고를 때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매일 먹는 생수의 경우에도 우리 감각의 각도는 그리 크지 않겠죠. 물론 삼다수와 백산수의 맛을 극명하게 구분해낼만한 민감도를 가진 분들은 빼야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저와 같은 물맛에 둔감한 소비자라면 그냥 먹던 걸 고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와인을 선택할 때도 그럴까요? 취향과 기호가 반영되는 제품인 와인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마트 와인 코너 앞에서는 이 와인이 어떤 품종인지 생산국가는 어디인지 빈티지는 어떻게 되는지 공부하듯이 라벨을 한참동안 바라보게 됩니다. 생수 코너 앞에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상품을 카트에 담아냈던 것과는 극명한 차이가 납니다.
치약과 화장품, 생수와 와인에서 느끼는 이런 고객들의 감’각’의 차이는 브랜딩 전략의 차이로 이어질 것입니다. 전달하는 메시지도 다르고 시각적인 분위기도 달라야하겠죠. 제품을 감싸고 있는 패키지의 퀄리티도 다를 것입니다. 치약이나 생수와는 다르게 화장품이나 와인의 패키지 원가가 상대가 안될만큼 차이가 나는 이유도 민감한 감각을 전달하고 만족감 있는 감성적 경험을 주기 위해 필요한 비용일 것입니다.
화장품의 기능도, 와인의 맛도 중요하지만 결국 구매를 결정하는 포인트는 상품과 브랜드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감성적인 가치들이죠. 이런 요인은 숫자로 보여주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참 어려운 것들입니다.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고객들은 어느 정도로 감각의 민감도를 가지고 있는지를요. 그 수준을 파악하는 일이 끝나면 이제는 우리가 가진 감성은 뭘까를 고민해야 할 것 입니다. 브랜드 감성이란 브랜드가 가진 성향과 성격이 되겠죠. 성격과 성향은 우열이 아닌 차별적 가치입니다. 다른 브랜드들과 구분되는 우리만의 정체성입니다.
감성. 즉 우리만의 감각으로 이뤄진 성을 만들어 가는 일은 고객들을 상대하는 모든 브랜드들이 갖춰야할 필수 요인이 됐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떤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고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 브랜드가 감각의 민감도가 높을 영역에 있는 브랜드라면 더더욱 신경 써야할 부분이겠죠. 그런 브랜드의 경우 고객의 마음에 닿는 건 숫자가 아니라, 결국 감각이고 감성이기 때문입니다.